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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천 년 역사 속 감춰진 시간을 복원하는 소설 그 이상의 기록
작성일
2012-11-14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092



필생의 역작, 『고구려』

“‘삼국지보다 재밌는 고구려’가 목표예요. 다행히 제 기대가 큰 만큼 독자들도 고구려에 호응을 보내주고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동안 제 이름 앞에 붙는 수사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작가’였다면 이제는 ‘고구려의 작가’ 김진명으로 바뀌었어요. 그만큼 이 소설이 저에겐 너무 중요해요.” 기획을 하고, 오랜 조사과정과 집필까지 근 20년이 걸린 작품. 『고구려』는 그 기간만큼이나 작가 본인에게 특별한 작품이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일본의 문화재 약탈을 다룬 『몽유도원』, 박정희 前대통령 시해 사건과 10.26사태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 『1026』 등 김진명 작가는 우리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선 굵은 작품들을 발표해 왔다. 그리고 이번 『고구려』는 한반도의 역사에서 가장 강대한 제국을 꿈꿨던 고구려의 역사를 서사화한 소설로, 그 어떤 작품보다 집필기간이 길었고 그만큼 힘들고 어렵게 쓴 작품이다.

김진명 작가는 사실보다 더 진실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쓴다. 감춰진 팩트를 찾아내는 것이 그가 소설을 쓰는 목적이다. “사람들이 고구려 고구려 하지만 실제로는 아는 게 없다고 할 수 있어요. 그게 우리 민족의 비극이죠. 그래서 이 소설은 소설이지만 더더욱 확실한 것만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신중하게 썼습니다. 독자들이 제 책을 읽고 고구려를 이해하게 될 테니까요.” 고구려는 700년 가까이 역사가 지속됐지만 현재 고구려 자체의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삼국사기』, 『삼국유사』의 고구려 본기는 물론이고, 중국 역사서들을 전부 뒤져 고구려에 대한 내용을 발췌하고, 그 사료들을 일일이 대조하는 고증과정을 통해 『고구려』를 썼다. 마치 사건수사를 하는 것처럼 단서들을 하나하나 찾아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다.




고구려의 역사를 밝히기 위한 마지막 단서

“한중수교가 맺어지자마자 중국으로 뛰어갔어요. 광개토대왕비를 비롯해서 고구려 유적들을 보면서 많이 가슴 아파했죠. 우리 유적인데 맘대로 가볼 수도, 어떤 건의나 요구도 할 수 없다는 게 한스럽더군요. 그래서 광개토대왕비만 생각하면 우리 역사에 대해 더 깊이 생각을 해보게 되고 아련해져요.” 옛 고구려 땅이 지금은 전부 중국영토에 속해있으니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고구려가 잊혀져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 한국인들에게 고구려는 허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그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광개토대왕비는 충주 고구려비와 더불어 베일에 쌓여있는 고구려의 역사를 밝히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그 이전에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김진명에게는 긍지와 설움, 감격과 원망이 교차하는 문화재이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그 자체이기도 하다. 

“경제력이나 군사력, 이런 것들이 국가의 부강을 판단하는 시금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그게 아니에요. 사람들은 항상 다른 사람과 만나고 교류하며 살아가는데, 그 과정이 하나의 겨룸이고 전쟁이거든요. 우리가 외국인을 만났을 때 우리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할 말이 없다면 그건 엄청난 결핍이에요. 자신감과 당당함은 내가 누구인지 인식하는 정체성에서 나오는 건데, 역사를 바로 알지 못하고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없다면 벌써 정체성에서 지는 거죠. 그래서 역사를 복원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돈이나 힘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확고하게 믿고 있어요.”

한반도의 5천 년 역사 중에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2천 년 남짓이다. 고대역사는 단군신화가 거의 전부이고, 그 3천 년 동안 어떤 사람들이 살았고 어떤 일들이 일어났었는지는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숨겨진 그 시간을 복원하는 일은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숙제이다. 김진명 작가는 소설을 통해 그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가 소설을 쓰는 궁극의 이유이다.



사실보다 더 분명한 실체를 추구하는 소설

그리고 독자들로 하여금 그 숙제를 고민하게 하고, 문제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사명이다. “지금 현대인들은 의식을 가지기 힘든 사회에 살고 있어요. 편하고 재밌는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어떤 위협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나 막상 보면 진지한 의식을 가지고 사회를 바라보고 역사를 바라보는 젊은이들도 의외로 많아요.

제 책을 읽은 독자들 중에서도 그런 친구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제 소설이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지금 눈앞에 닥친 현실적인 문제에만 급급한 현대인에게 본질이니, 의식이니 하는 말들은 중요하게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역사는 브라운관이나 스크린 속 사극에서나 관심 있게 보는 이야기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그 중에 역사를 바로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 함께 생각하고 논의할 화두를 던져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김진명 작가처럼 말이다. 

“꿈은 잘 안 꿔요. 꿈은 깨지기 마련이잖아요. 내가 독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잘 안 해요. 그냥 독자들이 제 책을 읽고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면 저로서도 고맙고 기쁜 일이고, 자신들에겐 내면이 성숙해지는 소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으면 좋겠다, 훗날 어떤 작가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는 없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 사회,’ ‘우리의 삶’, 지금의 ‘우리’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제가 쓰는 글은 돈을 많이 벌게 해주지도, 출세하는 데 크게 도움을 주지도 않겠지만,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도 뿌듯한 내면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쓸 겁니다.” 우리를 우리로 묶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 5천 년 역사를 이어온 민족의 정기를 찾아가는 김진명 작가는 소설을 통해 언제나 감춰져 있던 역사의 한 구간을 여행하고 있을 것이다.  





글·성혜경 사진·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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