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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처의 그림자가 드리운 못과 계곡’명승 제6호 울진 불영사 계곡
작성일
2012-11-14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809




세월과 자연이 만든 신비로운 지형

명승으로 지정되어 있는 울진 불영사 계곡 일원은 울진군 서면 하원리부터 근남면 행곡리에 이르는 동서 15km의 계곡일대를 지칭한다. 동해로 흐르는 왕피천을 거슬러 오르면 행곡리 입구에서 하천이 갈라지는데, 북쪽의 봉화 방향으로 난 깊은 계곡이 바로 불영사 계곡이다. 가파른 경사지에 깊은 골을 이루고 있는 불영사 계곡은 오랜 세월동안 흙과 바위가 비바람에 깎여 아주 기묘한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명승지정구역의 서쪽 끝부분에 신라의 진성여왕 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불영사가 자리하고 있다.

불영사 계곡과 계곡주변 산지의 지형은 오랜 세월, 즉 지질학적 시간이라 할 수 있는 영겁의 흐름을 통해, 지반이 융기되고, 토양과 암반이 침식되고, 또한 해수면의 높이가 변동되는 다양한 영향으로, 장년기 혹은 노년기에 나타나는 지형적 특징이 잘 발달한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불영사 계곡 일원의 하천은 심한 감입곡류嵌入曲流를 형성해 S자형으로 사행하는 하천지형을 이루고 있다. 계곡의 바닥부분과 양측 사면부위의 절벽은 대부분 백색화강암으로 구성되어 있어, 매우 순수하고 깨끗한 계곡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기암괴석들은 암석의 절리와 단층의 형태가 표면에 드러나는 매우 아름다운 지질구조를 보여주고 있으며, 하천 바닥을 형성하고 있는 암반은 표면이 깊게 패여 구혈穴이 형성된 곳이 많아 아주 신비스러운 경관을 나타내고 있다.



36번 국도를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조망

기암괴석으로 절경을 이루고 있는 불영사 계곡에는 창옥벽, 의상대, 산태극, 수태극, 조계등, 부처바위, 중바위, 거북돌, 소라산 등, 기기묘묘한 형태의 자연경승이 다수 위치하고 있다. 불영사 계곡을 따라 자리하고 있는 이토록 아름다운 경승지들은 줄지어 연계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경승지들의 대부분은 산중턱으로 난 36번 국도를 따라 위치하고 있으며, 도로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계곡부에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국도를 따라 위치한 조망지점에서 볼 때, 불영사 계곡의 경승지들은 위로부터 아래 방향으로 조망루트가 형성되어 아름다운 계곡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부감俯瞰경관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불영사 계곡은 물줄기가 크게 굽이져 감돌아 나가는 지세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S자 모양으로 크게 굽이져 나가는 지형을 지리학적으로는 감입곡류라 하고, 동양의 우주론적 철학이라 할 수 있는 주역을 바탕으로 설명할 때는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이라 한다. 물길이 굽이져 휘돌아 흘러감에 따라 산과 계곡의 형상이 태극의 모양을 형성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어휘다.

주역에 따르면, ‘태극은 우주의 궁극적 원리이며 태극을 통해 음양오행과 만물이 창조된다.’고 하고 있다. 동양학의 우주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지형은 길지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길지론과 관련짓지 않는다 해도 불영사 계곡과 같이 산태극 수태극을 이루며 크게 굽이져 흐르는 사행 하천은 매우 아름다운 경관을 곳곳에 형성하는 것이다.



오랜 역사와 상서로운 연못을 품은 불영사

불영사 계곡은 하원리의 천축산에 위치하고 있는 불영사로부터 이름이 유래된 계곡이다. 불영사는 구룡폭포 근처의 송림이 우거진 소나무 숲 속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의 소나무는 금강송이라고 하는 매우 형질이 우수한 소나무로서, 거북등과 같은 무늬가 표면을 장식하고 있는 곧은 소나무다. 이러한 금강송이 우거진 소나무 숲 속에 위치하고 있는 불영사는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절이다. 진덕여왕 5년(651)에 의상대사에 의해 건립된 불영사는 처음에 구룡사라고 부른 절이다. 그러나 부처의 그림자가 절 안에 자리한 못에 비친다고 하여 불영사로 개명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부처의 그림자가 비치는 못을 불교에서는 영지影池라고 한다. 영지란 말 그대로 그림자 못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부처의 그림자를 투영하고 있는 불영사의 못은 당연히 영지다.

사찰에 조성되는 못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못 안에 연꽃을 심어 연꽃의 불교적 의미를 나타내는 연지蓮池다. 연꽃은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 하여 더러운 곳에 처해 있어도 항상 밝은 본성을 간직하는 속성과 인과동시因果同時, 즉 꽃[因]이 피는 것과 열매[果]를 맺는 것이 동시에 진행된다고 하는 꽃이다. 연지는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연꽃의 의미를 담고 있는 못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같은 연지는 경주 불국사의 구품연지(현재 범영루 앞 땅 속에 위치)를 비롯해 실제로 많은 사찰에 조성되어 있다.

다른 하나의 못은 영지影池다. 영지는 아무런 식물도 심지 않는 못으로, 수면을 고요하게 유지함으로써 그림자를 투영시키는 못을 말한다. 하동 화개면의 칠불사에는 영지가 있는데, 이 못은 일곱 부처(칠불)의 그림자가 비쳤다고 하여 칠불사 영지라 부른다. 또한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을 세운 아사달 설화에 나오는 무영탑(그림자가 없는 탑)의 이야기도 영지와 관련된 전설이다.

그림자의 못인 이러한 영지를 갖추고 있는 절은 양산 통도사, 춘천 청평사가 있으며, 울진 불영사도 그 중 하나다. 불영사의 영지는 부처 바위를 비추는 못이다. 불영사 서쪽 산 능선부의 바위는 그 모습이 꼭 부처의 형상을 하고 있다. 불영사의 절집방향에서 못을 바라보면, 이 부처 바위의 그림자가 못에 거꾸로 투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렵지만 이룩해 나가야 할 보존과 개발의 조화

불영사 계곡은 사람들의 간섭을 비교적 덜 받아온 천연 그대로의 자연지역이다. 아울러 곧게 뻗은 금강소나무 군락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이루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조선 시대로부터 이 소나무 군락은 소중한 자원으로 여겨져 금표를 세워 보존하기도 했다. 이처럼 순수한 자연이 잘 보존되고 있는 불영사 계곡 주변 산림에는 많은 동식물이 생육하고 있다.

이곳은 남방계와 북방계의 동·식물이 공존하는 곳으로 보기 드문 꼬리진달래와 백리향을 비롯해 641종류의 식물이 생육하고 있으며, 북쪽지역의 산양이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와 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임상의 구조로 보면, 소나무군락이 가장 크게 형성되어 있고, 부분적으로 굴참나무, 졸참나무 등이 소나무와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구조다. 또한 동물로는 조류 75종, 어류 42종, 포유류 28종, 나비 30종, 거미류 94종이 서식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불영사 계곡은 1979년에 명승 제6호로 지정되었으며, 한국의 명승 중에 매우 일찍 지정되었다. 17.8km2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지정 초기에 지정구역 내에 마을을 포함시켜 마을 주민들이 농가주택을 건설하거나 생업인 농업관련 시설을 고쳐짓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물론 이러한 규제로 인해 문화재가 잘 보존될 수 있겠지만. 다소 과도한 규제가 행해졌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 결과 문화재는 국민의 생활에 불편을 주기도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도 했다. 근래 몇 년 동안 이러한 국민의 불편사항을 해소하고자 문화재 주변 경관관리에는 많은 제도개선이 시행되었으며, 불영사 계곡 일원의 경우도 지정구역 내의 마을을 지정구역에서 해제하여 주민생활에 대한 규제를 크게 완화시킨바 있다.

보존과 개발은 서로 상반된 가치를 지닌 개념으로서, 동일한 공간 내에서 함께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 번 훼손된 자연은 절대로 완전하게 복구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어려운 일이지만, 지속가능한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적절한 개발을 유도하거나 효율적인 활용을 도모하는 것은 문화재 관리에 관한 최대의 명제라 할 것이다.





글·사진·김학범 한경대학교 조경학과교수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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