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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춤의 신명과 전승
작성일
2006-08-0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2403

춤의 신명과 전승 마을 잔치 때 남녀노소 구분없이 흥겨운 가락과 노래에 맞추어 춤판을 벌인다. 특별히 배우지 않고도 자신만의 신명에 따라 멋진 춤을 추며 어울리는 것이 바로 우리의 춤이다. 시간이 갈수록 급격하게 소멸하여 가는 우리의 춤, 그 안타까운 현실을 바라보며 우리 민중이 추었던 춤을 우리 가락과 노래, 말 그리고 몸짓에서 찾아 기록하고, 그 기능을 오늘에 맞게 현실화시켜 지속적으로 계승, 발전시키기를 희망하여 본다.

생활로서의 춤 민속은 생산을 담당하는 민중이 삶의 현장에서 주체적·창조적으로 다 함께 만들어내고 발전시킨 생활양식이다. 사회와 시대, 다수 사람의 요구에 의해 생겨났기 때문에 지금도 그 전승의 생명력이 이어져 오고 있다. 민중의 생활양식인 민속에는 민중의 정신적·물질적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만이 향유하고 있는 고급문화, 혹은 상위계층의 문화와는 구분되어야 하며 기층문화로서의 민속은 새롭게 인식되어야 한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민속문화 말살정책과 우리의 호흡과 사고에 맞지 않는 서구문화의 무분별한 도입 등으로 말미암아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 흐려져 가고 있다. 하지만, 오늘까지도 우리 민속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전승되고 있으며 농촌과 산촌, 어촌에는 아직까지도 전통의식을 바탕으로 한 관혼상제 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마을의 평안과 안녕, 풍요를 기원하는 행위도 이어져 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와 의식에는 항상 춤이 따라다녔다. 그렇다면, 민중이 추던 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민속이 개인 창작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생산하고 향유하였던 것이라면, 민중의 춤 또한 개인이 창작하고 누린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자생적으로 만들어 오늘까지 전승하여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민중의 춤을 민속춤이라 한다면, 민속춤은 어떤 전수개념이나 보존개념의 춤이 아니라 자기 멋이 들어간 즉흥적 성격을 가진 춤이며,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 저절로 나오는 것이다. 마을 잔치나 축제 때 남녀노소 구분없이 난장춤을 추기도 하고 허튼춤이나 병신춤을 추기도 한다. 또한, 누가 더 나은 춤 재주를 가졌는가 할 것 없이 흥겨운 가락과 노래에 맞추어 춤판을 이어나간다. 추는 사람에 따라 가지각색으로 표현하며 신나게 춤을 춘다. 이처럼 배우지 않고도 자기만의 신명을 통해 멋진 춤을 추며 누구나 쉽게 판에 참여하고 어울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춤이다. 탈춤을 예로 들어보면, 탈춤은 탈을 쓰고 노래하며 말하고 춤추는 놀이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몸짓이나 말을 통해 표현한다. 탈놀이는 연희자이면서 구경꾼인 민중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탈놀이는 계급적 질서의 거부, 대동적 일체감, 지역적 일체감을 공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서민 생활의 전형적인 모습들을 담아내었기 때문에 민중이 주체가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다. 주제도 벽사(사악함을 추방), 양반에 대한 풍자와 모욕, 남녀의 대립과 갈등, 서민 생활의 실상 등이다. 마련된 자리를 통해 탈놀이 연희자들은 신랄한 풍자로 웃음을 제공하였고, 춤과 노랫말로 슬픔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구경꾼들은 연희자들의 몸짓이나 재담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춤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갈등을 해소하였다. 대부분의 탈춤 연행은 저녁 무렵에 시작하여 다음날 아침에 해가 밝아올 때까지 진행되었고 주민들은 함께 참여하여 음악과 춤을 즐겼다. 탈춤에서 춤 대목은 큰 비중을 차지하였는데, 이는 구경꾼으로서 탈춤을 보는 것보다 춤 대목에 끼어들어 함께 춤을 추며 즐기는 역할이 더 컸기 때문이다. 춤, 그 본래 의미의 재연 이제 이러한 춤의 현장은 도시는 물론이고 농촌에서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단지 문화재로 지정되어 일부에서만 전승 노력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요즘 우리는 명절이나 발표회 때 무대에 올려지는 전문적이고 연예적인 춤만을 접하게 된다. 고도의 훈련을 소화한 사람만이 판에 참여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춤은 세시풍속과 농경생활을 통하여 자연발생적으로 나온 춤으로, 생활·생산적이고 축제적이며 놀이성이 강한 비전문적인 몸짓이다. 우리 춤을 생활 속에서 가까이 접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즐기고 판에 뛰어들 수 있는 개방적인 춤판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춤의 전통과 정서를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민속춤은 한국인의 정신과 표정, 생활표현이자 공동의 춤이기 때문이다. 민족과 더불어 오랜 세월 존재해 온 우리 춤, 그러나 전승의 난해성으로 연희와 동시에 소멸해 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갈수록 급격하게 소멸하여가는 민속춤이 더는 사라지기 전에 우리 민중이 춤 속에서 터득한 이치와 지혜를 기록하고 채록하여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회탈춤
<하회탈춤>
기층문화이자 민중적 예능인 민속춤이 신명으로 고통을 극복하는 예능이라면, 춤 기능의 지혜 확보와 공동체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오늘의 사회에 맞게 이를 정착시켜 전승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속춤의 계승을 위해서는 우리 민중들이 추었던 춤의 기능을 오늘날에 맞게 현실화시키고 표현상의 독창성을 개발하여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역사 기술이 지배층 위주로 되어 있어 민중적인 예능은 무관심 속에 오늘날까지 성장하여 왔다. 시간이 갈수록 급격하게 소멸하여 가는 우리의 춤을 우리 가락과 노래, 말, 몸짓에서 찾아 기록하고 보존하는 작업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기원해본다. 강혜숙 _ 문화관광위/국회의원 자료제공 _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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