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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내기 문화재 - 근대문화유산과 등록문화재제도
작성일
2005-07-28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611

 광복절과 근대문화유산

근과거(近過去)로부터의 메시지


문화재는 시대시간에 관계없이 똑같은 역사적 무게를 지니고 있다. 각 시대시간 순으로 여러 층 잘 보존되어 쌓여진 지층 속에서 발굴되는 유물은 각 시대의 생활양식과 시대상을 우리들에게 그대로 전해 주고 있어 역사의 산증인이 되기도 하며, 역사의 구조는 중층구조라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훼손된 지층에서는 그 시대를 이해하기에 너무 많은 어려움이 있어 자칫 잘못하면 역사왜곡논쟁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비슷한 예로 최근 들어 고고발굴현장에서 발굴된 건축부재의 연대를 알기 위해서 나무 나이테를 통해 연륜연대(年輪年代)를 조사하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발굴부재에 마지막으로 생긴 바깥나이테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근과거(近過去)의 흔적은 현재의 우리를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사적 실효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원과거(遠過去)유산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평가받아 적절하게 보존관리되고 있는 반면, 근과거(近過去)유산은 충분한 가치평가를 받기 이전에 송두리째 철거되어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사례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러한 근과거유산의 철거와 훼손은 ‘식민지잔재 청산’이라는 그럴 듯한 패러독스 하에 마치 전범재판 처리하듯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곳에는 허울 좋게 잘 포장된 지역개발의 논리가 언제나 함께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 근과거유산의 대부분은 일본 식민시기에 생성된 것들이며, 이것들이 해방 후 한국 근대화의 밑바탕이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우리 가족들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했던 필연적인 드라마가 있다.
   최근 들어 이들에 대해 우리 문화유산으로서 이해하고 평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무분별하게 소비에 편향하여 전개되고 있는 ‘국토개발 르네상스시대’의 귀착점은 어디인가 하는 의문과, 그 결과를 싫든 좋든 차세대가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큰 불안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젠 식민지 경험자들이 고령화되면서, 광복절이란 우리에게 어떤 역사적 교훈을 전해 주고 있는지 역사적 사실은 어떠했는지 등등 다음 세대에게 산경험과 교훈을 말해줄 기회가 점점 줄고 있다. 또한 젊은 세대가 직접 배울 기회도 급속하게 감소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그 시대에 남겨진 사물마저 흔적조차 없어진다면, 광복절은 우리 역사상에서 증거불충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우리 세대에서 미처 다 찾아내지 못한 역사 속의 메시지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다음 세대가 발견할 근과거의 메시지에 접근할 길조차도 막아버리고 말 것이라는 사실이다.

근과거의 흔적들을 문화재로 인식하는 계기, 등록문화재제도
우리는 식민지잔재 청산을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지난 십여 년 사이에 사라져간 근대기의 생성물과 흔적들을 돌이켜보면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성과도 있었다. 시기상조라는 일부의 비난과 우려를 극복하고 문화재청에 의해 등록문화재제도가 탄생되어 근대화과정에서 생성된 사물과 흔적을 문화재로 인식하게 되는 실마리를 제시하였다. 등록문화재제도에는 식민지 경험을 거친 근대기의 생성물과 흔적들을 단순히 좋다 나쁘다는 이원적 가치척도에서 평가하기보다는, 한 발자국 떨어져 다원적 가치척도체계를 모색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제 우리들은 얼마 지나지 않은 지층과 나이테를 어떻게 보존하고 간직해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시기에 서있다. 바로 여기에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인식의 바탕을 찾을 수 있다. 일본의 식민지화과정에서 생성된 근대화유산을 침략자들이 남기고 간 ‘식민지잔재’로만 보는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21세기가 요구하는‘새로운 가치척도의 패러다임’ 속에서 근대문화유산을 재평가·재편성하여, 침략자들이 남기고 간 잔재를 인류공생을 위한 가치로서 서로 공유하는 사상적 기반(Mutual Heritage)을 구축하는 것이 바로 등록문화재제도를 한층 성숙시키는 길이며, 나아가서는 식민지잔재 청산을 극복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최병하 / 근대문화재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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