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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토속 민요에서 발견한 현대인의 삶의 애환을 노래하다. 퓨전국악밴드 고래야
작성일
2015-03-09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907

토속 민요에서 발견한 현대인의 삶의 애환을 노래하다. 퓨전국악밴드 고래야. 노래의 시작은 인류의 시작과 시점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우리네 사람들의 흥과 한의 정서 또한 노래와 뗄 수 없는 관계이기에 노래는 줄곧 우리와 함께 세월을 살아왔다.옛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이나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어떤 감정들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흥얼거려왔으며 그것은 구전을 통해 오늘날, 민요라는 이름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리 역사의 특수성으로 민요가 단절된 채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고 이 땅에는 새로운 음악들로 채워졌다. 퓨전국악밴드 고래야의 여섯 멤버들은 민요의 가치를 보존하며 그것이 원래 그러했듯이 이 시대 에 유행하는 노래로 만들기 위해 재해석하며 대중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01. 퓨전국악밴드 고래야. 데뷔 초부터 대중음악과 월드뮤직을 넘나드는 개성 있는 음악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았다. ⓒ고래야

민요에서 현대적 공감을 발견하다

‘어떤 사람 팔자 좋아 고대광실 높은 집에 부귀영화 누리건만 이 놈 팔자는 무슨 팔자’ 100여 년 전 각 지방의 나무꾼, 어부, 농사꾼들에게서 어렵 지 않게 들을 수 있었던 노동요의 한 구절이다. 노동에 따른 삶 의 애환과 한탄을 담은 이 민요를 잘 들어보면, 현대인들의 애환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퓨전국악밴드 고래야는 이 노동요를 ‘상사놈아’라는 이름의 노래로 재창조해 시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만들어냈다. 고래야의 2집 앨범 <불러온 노래>의 모든 수록곡이 이렇게 우리의 토속민요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그 속에서도 일, 사랑, 이별, 시집살이 등 여러 관계들의 어려움들은 과거와 맥락을 같이한다. 고래야는 이것에 착안했고, 오랫동안 불려왔던 이 땅의 민요들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선보이며 신명나는 놀이판을 벌이고 있다. “모든 음악은 만들어진 당시에 생명력 이 있어요. 고래야는 다양한 전통음악을 통해서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악을 만들고자 해요.” 퓨전음악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그 안에서도 유행이 있을 정도로 그동안 다양한 시도들이 있어왔다. 고래야가 특별한 것은 국악하는 사람들만 모여 퓨전국악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음악을 하고 있던 사람들과 함께 새로움을 창조했다는 데 있다.

02. 연습실에서 만난 고래야의 여섯멤버들. 국악과타 전공자들이 합류한 파격적인 구성이 오히려 풍성하고 대중적인 국악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요소 로작용하고 있다

전통음악에 새로움을 더하다

‘옛 것을 전해 사람들을 끌어당긴다’는 뜻의 고래야古來惹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간다. 고래야는 그해 국립국악원에서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에 참가하기 위해 프로젝트성으로 결성되었다. 고래야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함께 음악을 맞춰본 것이었지만 생각보다 재치 있고 재미있는 결과물들이 나왔고 ‘장려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더 큰 상을 받지 못했지만 이것 이 오히려 자극이 되었고 더 재밌고 좋은 음악을 할 수 있겠다는 불씨가 지펴졌다. 그리하여 대회 이후 확정된 여섯명의 멤버가 의기투합하여 밴드 고래야가 탄생했다. 고래야의 멤버구성은 어렸을 적부터 판소리를 해온 권아신과 거문고 연주자 정하리, 국악타악을 전공한 김초롱 이렇게 세명의 전통국악전공자들에 록밴드에서 활동했던 기타리스트 옴브레와 음악감독이지만 대금, 소금, 퉁소에 정통한 김동근, 브라질 음악에 심취했었던 퍼커셔니스트 경이가 더해져 독특한 구성을 이룬 다. 고래야는 퓨전국악밴드답게 거문고에 기타와 다양한 타악기가 더해지고 더불어 옛날에 악기노릇을 했던 물허벅이나 목화솜을 탄활 등을 이용하는 등 다채로운 악기들을 사용해 음악을 만들어 낸다. 전통국악기가 가지고 있는 개성들은 어느 하나 묻힐 수 없을 만큼 다 독보적인 것 이 기 때문에 멤버들은 한 곡을 만들기 위 해 모두 편곡에 동참하고 자신의 파트를 원하는 대로 구성한다. 이 때 지키는 것은 단 한 가지인데, 악 기 의 본질적인 부분은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구성한 것들이 하나의 음악으로 연주 되었을 때, 디 테 일 이 살아있는 근사한 소리가 된다는 것이다. “사실 특별히 저희끼리 어떤 정신을 가지고 음악을 하자고 이야기 한 적은 없어요. 그런데 저희들이 다 모여 연주를 시작하면 그 순간 동일한 빛이 나기 시작해요. 우리가 모두 한국인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그런 느낌들이 자동으로 나오거든요.”

03. 고래야는 활발한 공연을 통해 잊혀 가는 소리들을 현재에 되살리고 있다. ⓒ고래야

04. 정규 2집 앨범 발매 콘서트 포스터. 콘서트에서 고래야는 ‘물허벅’, ‘ 활방구’ 등 각종 향토악기로 무대를 꾸몄다.

희미해지는 노래들을 또렷하게 만들다

고래야는 2011년 데뷔 싱글앨범 <물속으로>를 발표했고 2013년 정규 1집 ‘웨 일 오브 어 타임Whale of a Time’과 2014년 정규 2집 ‘불러온 노래’를 발표했다. 1집에는 국악과 더불어 다양한 장르와 민속 음악들을 담았으며 2집 ‘불러온 노래’를 통해서는 과거와 현재의 닮은꼴을 찾아내어 재해석한 토속민요를 담았다. “토속민요를 들으면 들을수록 현대에 어울리는 국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 시대는 달라도 본질적으로 삶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것을 찾아내서 현대인들과 공감하고자 했습니다.” 국악이 가진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없애고자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고 쉬운 음악을 만들려고 한 노력이 앨 범 곳곳에서 발견된다. 더욱이 고래야의 노래에는 국악이 가진 ‘흥’의 요소가 어느 곳 하나에도 빠지질 않으니 듣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까딱이고 어깨를 출썩거리게 하는 힘이 있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2011년 ‘천차만별 콘서트’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최고 평점을 획득했으며 2014년 12월 KBS 국악대상에서 단체상을 받았다. 그리고 해외공연을 통해 국악을 알리며 문화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에 방글라데시에서 1시간짜리 공연을 했어요. 우리 국악기로 방글라데시의 곡을 공연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어요. 민족의 음악이 주는 기운들이 이런 것인가 싶더라고요.” 음악을 이론적으로 다가가지 않고 공감을 얻는 것이 가장 좋은 음악이라는 것이 고래야 모든 멤버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라지고 잊히는 것들이 있다. 어른들이 불렀던 어떤 작은 마을의 이름이 그렇고, 그 집들이 그렇고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담은 수많은 노래들이 그렇다. 토속민요도 그 옛날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있었겠지만, 이제 남아있는 것들은 그 당시 것의 일부일 뿐이다. 이마저도 지켜내지 않는다면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고래야는 그들의 노래와 공연을 통해 이 땅에 잊혀가는 소리들을 현재에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국악이 사람들의 애창이되고 유행가가 되는 그날을 꿈꾼다. 삶이 묻어난 노래를 통해 사람들이 위로를 받기도 흥이 나기도 하듯 그들의 노래가 이 시대의 진정한 민요가 되 길 소망한다.

 

글. 김진희 사진. 엄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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