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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지도에서 인류의 미래 모습을 발견하다
작성일
2014-12-05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6304

지도에서 인류의 미래 모습을 발견하다
인류의 역사는 ‘지도학적 합리성(cartographic rationality)’이 전개되어 온 역사라 말할 수 있다. 인류는 그 시

작에서부터 삶의 터전에 대한 지리적 지식을 기록하고 전승하기 위한 최상의 수단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최상의 수단이 바로 지도이며, 지도야말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을 담는 용기일 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청사진이다. 최근 지도에서 발생하고 있는 거대한 변화를 살펴보면 이러한 지도의 미래지향적 특성이 잘 드러난다. 

01. GIS를 활용해 위성촬영된 지도에 상업용 건물, 주거용 건물, 산업시설 및 농·축산업 시설들을 색깔별로 표시하

고 있다. ⓒDaniele Masi

 

인류의 ‘지도학적 합리성’이 극적으로 고양된 시기로 천재적인 지도학자들인 아브라함 오르텔리우스(Abraham Ortelius, 1527~1598)와 헤르하르뒤스 메르카토르(Gerhardus Mercator, 1512~1594)가 활동한 16세기 후반과 과학적 인 측량에 기반하여 지도를 생산하기 시작한 18세기 중후반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도학의 본질 그 자체를 심대하게 뒤흔든 ‘지도학적 혁명(여기서 지도학은 지도를 둘러싼 학문·기술·산업 등을 모두 포괄하 는 것으로 한다)’은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지도학적 혁명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으며 불 과 몇 년 뒤의 지도학의 모습이 어떠할지를 상상하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숨 가쁜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지도학적 혁명의 토대가 된 기술적 추동력은 개인 컴퓨터의 대중적 보급,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기술의 혁신, 공간정보 수집 을 위한 인공위성의 활용,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항법시스템)와 같은 범지구측위시스템의 등장, GIS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s, 지리정보시스템)의 개발 등이다.

 

02. GPS 위성은 지구를 일정한 주기로 돌며 우리에게 위치정보를 제공해준다. ⓒ미국국립

항공우주박물관 03. 미국 정부가 전 세계에 제공하고 있는 GPS 위성의 모습. ⓒU.S. Air Force

 

인공위성과 컴퓨터로 탄생한 지도의 대변혁

인공위성을 이용해 지구를 조사하는 학문 및 기술 영역을 ‘원격탐사(remote sensing)’라고 부른다. 이러한 원 격탐사용 인공위성의 시작은 1972년 미국이 쏘아 올린 랜드샛(Landsat)으로 알려져 있다. 랜드샛에 장착된 다중 분 광 스캐너를 통해 지표면을 읽어냄으로써 지구에 대한 매우 정확하고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 현재의 가장 뛰어난 인공위성을 이용하면지표면뿐만 아니라 해저까지도 정밀하게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인공위성의 활용이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적 변혁이었다면,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적 변혁은 GIS라고 말할 수 있 다. GIS는 통상적으로 ‘지리적 정보를 입력·가공·관리·분석·출력하게 해주는 통합적 컴퓨팅 시스템’ 정도로 정의된다. 원격탐사를 포함한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지리정보가 얻어지면 GIS는 공통의 표준 에 맞추어 그러한 다양한 지리정보를 정련한다.

이러한 정련 과정에 전통적인 지도학의 원리가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후GIS는 다양한 분석 및 모델링 기능을 통해 이렇게 정련화된 정보에 새로운 가치를 입혀 우리가 원하는 지리적 지식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초의 GIS가 1963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이래 1964년 설립된 ‘하버드대학 컴퓨터그래픽 및 공간분석 연구소(Harvard Laboratory for Computer Graphics and Spatial Analysis)’를 중심으로 기술로서, 산업으로서, 그 리고 학문으로서의 GIS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왔다. 우리는 이제 시설물 관리, 교통과 물류, 토지와 건축물 관리, 환경과 자원 관리, 비즈니스, 공공복리와 정책 실행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GIS가 활용되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04.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생태지도. 천연기념물의 이동경로를 지도로 살펴볼 수 있다. 

이밖에 다양한 문화유산 지리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다(gis-heritage.go.kr). ⓒ문화재청

05. 차량의 화면장치 속으로 들어온 지리정보, 내비게이션 시스템 ⓒSK플래닛 06. 휴대전

화(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온 내비게이션 ⓒSK플래닛, KT

 

화면 속에 담긴 지리정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리정보 획득 기술과 지리정보 분석 기술의 결합은 지도학적 혁명을 이끌었다. 이 혁명 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지도의 개념 그 자체를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지도는 더 이상 물리적인 실체가 아니다. 지도 는 종이 위에 프린트되어 우리가 접어서, 혹은 책자의 형태로 보유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화면 상에 나타났다가 사 라지는 어떤 것이 되었다. 이러한 지도의 디지털화는 지도의 생산·보급·이용의 모든 과정을 뒤흔들어 버렸다. 지금 우리가 차량의 내비게이션 속에, 혹은 작은 스마트폰 속에 지도를 ‘휴대’할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지도의 디지털화 때문이다.

또 지도의 디지털화는 지도의 민주화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 지도의 생산자와 소비자의경계가 점점 더 모호 해지고 있다. 과거의 지도 제작은 장인의 오랜 공을 통해 생성되는 것이고, 지도는 거의 항상 최종 산물을 의미했다 . 그러나 현재는 지도 제작의 기본 지식과 툴 사용능력을 가지면 누구나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 다. 만들어진 디지털 지도는 쉽게 공유되며 만든 사람에 의해서건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건 쉽게 수정될 수 있다.

지도학적 혁명의 또 다른 모습은 지도의 일상화이다. 지도의 일상화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추동력은 상업적·공공적 ‘지리공간서비스(Geospatial Services)’의 발달이다. ‘지리공간서비스’란 앞에서 살펴본 측위 기술, GIS, 그리고 원격탐사를 바탕으로 하여 다양한 지리적 기능을 제공하는 웹 혹은 앱 서비스를 의미한다. 우리가 빈번히 접속하는 포털 사이트에 언제부턴가 지도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했는데, 잘 모르는 곳을 찾아 갈 때 어떤 경로로 갈 수 있는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되는지 등을 쉽게 알아 볼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서비스는 전 세계에 대한 인공위성 영상을 제공하고 있는데, 세계 곳곳을 건물 단위로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최근에는 심지 어 길거리나 건물 내부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는데, 종이 지도 세대에게는 일종의 문화 충격으로 다가올 정도이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상당수는 거의 매일 지리정보서비스에 접속해 지도를 확인하 고 지리정보를 활용하고 있을 것이다.

 

07.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에서 공4 개한 3D 우주 지도

 

우주를 그리는 지도, 미래를 담는 지도

지도학적 혁명은 인류를 위한 또 다른 미개척 영역을 향하고 있다. 더 이상 지도는 지구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다. 이미 1960년대에 달의 지도가 만들어졌고, 1990년대 중반 무렵에는 화성에 대한 상세한 지도가 완성됐다. 이러 한 노력은 이제 우주 지도(universal map)의 완성이라는 인류의 거대한 이상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하버드-스미 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Harvard-Smithonian Center for Astrophysics)의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일부 영역에 대한 상 세한 3D 우주 지도를 완성해 공개했다.

이러한 우주에 대한 연구는 거대한 규모로 발전하는 지리학을 의미하는 빅 지오그래피(Big Geography)의 일부분 이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빅 히스토리(Big History)가 역사학의 대상이 되는 시간 범위를 지구의 탄생시점으로 까지 확장한 것처럼, 빅 지오그래피는 지리학의 대상이 되는 공간 범위를 전 우주로까지 확장한 것이다. 인류의 미 래는 현재의 지도에 담길 것이며, 인류의 미래학은 바로 빅 지오그래피이다.

 

글 이상일(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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