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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시풍속으로 엿보는 문화유산
작성일
2006-03-02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5451



삼월 삼짇날은 음력 3월 3일을 이르는 날로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뱀이 동면에서 깨어나 나오기 시작하는 봄을 알리는 명절이다. 옛말에 ‘삼질’이라고도 하였으며, 한자로는 상사上巳·원사元巳·중삼重三·상제上除·답청절踏靑節이라고도 하였다. 그 중 답청절은 이날 들판에 나가 꽃놀이를 하고 새 풀을 밟으며 봄을 즐긴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댓잎술이 끓어올라 무르녹으니, 술지게미를 걸러 내고 두견화杜鵑花로 떡을 구우니 향기가 남아돈다. 우연히 풀길을 따라 봄을 찾아가니 답청踏靑하러 온 것이 아니라 자연히 답청踏靑이 되었다. 조선시대 순조純祖 때의 김매순金邁淳이 지은 『열양세시기』에 의하면 “나라 풍속에 기제사(忌祭祀-조상에게 지내는 제사)는 중하게 여기지만 시제時祭는 중하게 여기지 않았으나 예禮를 숭상하는 풍조가 만연되면서 시제를 중하게 여겼다. 하지만 백성들이 가난하고 검약하기 때문에 사계절의 시제를 모두 행하는 자가 드물었는데, 그 중 봄은 삼짇날, 가을은 중양절에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라는 기록이 보인다. 봄의 기운에서 한 해의 운수를 점치다 일년 중 봄의 시작인 ‘3월’은 모든 생물이 웅크리고 있던 겨울을 지나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옛날 선조들은 생물들을 보면서 일년 동안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치기도 하였다. 먼저 이날에 뱀을 보면 재수가 나쁘다고 하였으며, 농사와 관련해서는 삼짇날 개구리 울음소리가 크면 농사지을 물이 풍부해서 풍년이 들고, 그렇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했다. 특히 나비점, 흔히 접점蝶占이라고 하는데, 호랑나비나 노랑나비를 보면 길조吉兆로 여기고, 흰나비를 먼저 보면 흉조凶兆로 생각하였다. 그 이유는 나비는 일반적으로 부귀, 행운, 행복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흰나비는 흰색의 상복과 연관시켜 복福보다는 화禍의 의미가 더욱 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우리 선인들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나비로 환생還生한다고 믿어왔다. 봄이 되면 나비보다 먼저 나오는 동물들은 많으나 하필 나비를 보고 점占친 것은 아마도 이것 때문일 것이다. 또한 삼짇날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윤기가 흐르듯이 아름답다고 해서 부녀자들은 정성스럽게 머리를 감는 풍습이 있다.

내미로리 산메기
<내미로리 산메기>
산에 재물을 바치고 대접하다 높고 험한 산지로 둘러싸여 있는 강원도, 이곳에서는 산에 제물을 바치고 대접한다는 ‘산메기’가 삼월삼짇날 즈음하여 지금까지 행해지고 있다. 조상과 마을,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며 산신과 조상을 모시는 치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산메기는 주로 부녀자를 중심으로 행하지만 경經에 능통한 경사나 무당을 불러서 빌기도 한다. 산메기는 주로 강원도 삼척과 강릉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다. 그 중 강원도 삼척시 내미로미 마을은 경을 읽는 경사와 굿을 하는 무당을 불러서 한 마을의 여러 집에서 비용을 준비하여 마을 전체가 산메기를 지내는데, 특히 이곳에서는 호랑이가 좋아하는 떡인 ‘둥글래미떡’을 만들어 호환의 피해가 없기를 소망하기도 하였다. 산중턱에 도착하면 경사에 의해 부정을 가시는 북을 치고 경을 외운 뒤에 산 정상에 올라가 조상굿을 드릴 준비를 하게 된다. 조상굿은 집안마다 제물을 따로 차리고 각자의 소원을 빌어 조상님을 상징하는 한지와 실타래를 마음에 드는 돌 하나에 맨다. 그리고 넓적한 무명조각을 잘라 나누어 주고 정해진 집안의 나무에 걸어 놓는데, 이를 ‘조상님 새 옷 해드린다’라고 불렀다. 산메기의 마지막은 ‘용왕굿’이다. 마을 주민들이 용왕을 모시는 이유는 산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까닭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먹거리, 땔거리 온갖 것을 산에 의존해서 평생을 살아가는 산마을 사람들에게 산은 곧 신령이요, 신앙인 것이다.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음식 ‘화전’ 삼월삼짇날 각 가정에서도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시절음식을 즐겼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화전’이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진달래꽃을 따다가 찹쌀가루에 반죽하여 둥근떡을 만들고 그것을 기름에 지진 것을 꽃전花煎이라 한다. 이것이 곧 옛날의 떡볶이熬餠의 한구(寒具:지금의 산자)다.”라고 하였다. 한편, 녹두가루를 반죽하여 익힌 다음 국수처럼 가늘게 썰어 오미자국물에 띄우고 꿀과 잣을 곁들여 먹는 꽃국수(화면)가 있으며, 흰떡을 방울모양으로 만들어 속에 팥을 넣고 다섯 가지 색깔을 들여 구슬처럼 꿴 ‘산떡’, 쑥을 찹쌀가루에 버무려 찐 ‘쑥떡’ 등이 전해져 내려온다. 그 밖에 녹두로 국수를 만들고 붉은 색으로 물들여 꿀물에 띄운 수면水麵도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의 계절에 알맞은 먹거리를 찾아 그 재료와 원리를 잘 이용함으로써 그 어려운 보릿고개를 지혜롭게 날 수 있었던 것이다.

삼월삼짇날에 즐기는 놀이 삼월삼짇날에 행해지는 놀이에는 보통 꽃놀이라 불리우는 서울지역의 ‘화전놀이’가 있는데, 본래 삼월삼짇날에 답청하는 풍속에서 온 것이다. 이 놀이는 봄철에 친지들 혹은 친구들끼리 경치 좋은 산이나 물가에 가서 봄의 흥취를 즐기며 춤과 노래로 하루를 즐기는 놀이를 가리킨다. 특히 여성들은 그동안 규중閨中에 갇혀 집안일에 골몰하던 것에서 잠시 벗어나 인근의 경치 좋은 곳을 찾아 풍물을 감상하며쌓인 회포를 풀었다. 강릉지방에서는 70세 이상의 노인들을 초청해서 명승지로 모셔다가 위안잔치를 드리는 ‘청춘경로회’가 있다. 또한 어린 소녀들은 풀을 뜯어다가 대나무 조각으로 각시인형을 만들어 놀았고, 사내아이들은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불었는데, 이것을 호드기(柳笙 ; 버들피리)라고 하였다. 삼월삼짇날을 비롯하여 우리의 세시풍속을 살펴보면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지 않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현재에 사는 우리들도 봄볕의 따스함을 간직한 채 인스턴트 식품이 아닌 도시락에 진달래 꽃잎을 얹은 화전을 싸들고 산으로, 강으로 찾아가 가족들과 혹은 친구들과 함께 정情을 나누고 선조들의 이런 지혜로운 삶을 서로 공유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화전놀이
<화전놀이>
자료제공 /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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