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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6-06-0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2635

한반도 생명체들의 통일대사, 수달 한반도 생명체들의『통일대사統一大使,수달 IUCN(국제자연보존연맹)의 보고서에 따르면, 수달은 물이 있는 환경에서 서식하는 포유동물로서 지구환경의 수로水路와 습지濕地에서 그 물의 건강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종이며, 물의 생태계를 적절하게 조절해 줄 수 있는 조절자이자 핵심종이라고 한다. 필자가 어릴 적 흑백 TV에서 보았던 어느 외국 드라마가 있다. 바로 ‘아틀란티스의 사나이’라는 제목의 드라마였는데, 아마 이 방송을 추억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릴 적 필자의 마음을 온통 생물체의 신비에 대한 충격으로 이끌었던 이 드라마의 내용은 허파와 아가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물속에서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어떤 한 인간의 이야기였다. 지금도 수달의 모습을 혼자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가끔 그 옛날 드라마의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물론 수달은 아가미가 없고 사람처럼 단지 허파로만 호흡하는 전형적인 포유동물이다. 하지만, 자유자재로 물속을 활보하는 그들의 놀라운 능력을 보면 우리 포유류의 오랜 진화과정을 잠시나마 훔쳐보는 듯하여 매우 흥미진진하다. 3000만 년 전에도 한반도에서 서식했던 수달 약 30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원래 수달은 온전히 땅 위에서만 살아가던 육상동물이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땅보다는 물속에서 더욱 쉽게 살아갈 수 있도록 수달의 몸은 점차 변해 갔다. 손발에는 넓적한 물갈퀴가 생겨났고, 다리는 더욱 짧아졌으며, 물속으로 들어갈 때면 저절로 귓구멍과 콧구멍이 닫히게 되는 등, 물속 생활을 더욱 편하게 할 수 있게 변해 온 것이다. 앞으로 더욱 많은 역사적 시간이 흐른다면 현재 수달의 모습은 또 한층 크게 변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는 단 한 종류의 수달만이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지구 전체에는 돌멩이를 사용해서 조개를 깨 먹는 해달(Sea otter), 아마존에서 야생 악어와도 감히 대적하는 큰수달(Giant otter) 등을 포함해서 총 13종류의 수달이 살고 있다. 수달은 포유류이면서도 물에서 주로 활동하는 동물로서, 자연하천의 생태계 질서를 유지시켜 주는 기능을 하는 핵심종이며, 지구 역사적으로 볼 때 이 동물은 전세계적으로 크게 희생되어 온 동물 중의 하나이다. 물에서 주로 활동하도록 발달하다 보니 털의 밀도가 매우 높고, 방수·보온능력이 좋아서 수달의 모피는 세계에서도 아주 비싼 가격에 거래되곤 하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수달은 이미 1950년대를 기점으로 IUCN(국제자연보존연맹)과 같은 여러 국제기구로부터 특별히 보호를 요하는 국제보호동물로 지정되기 시작하였고, 현재에도 여러 가지 국제협약으로 세계적 보호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사나 삼국유사,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수달피(모피)는 고려인삼과 함께 우리나라의 중요한 교역 품목으로 이용되어 왔던 유명한 품목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현대에 이르러서는 밀렵이 금지됨은 물론 현재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보호하고 있다. 한국전쟁과 산업화에 의해 줄어든 수달의 개체 수 한국의 수달은 오래전부터 우리 한반도의 자연하천 속에서 폭넓게 분포해 살아오던 매우 독특한 육식성 포유동물이다. 하지만, 한국전쟁과 그 이후의 급속한 국토개발 시기에 대규모 환경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자연 속의 수달들은 급속히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수만 년 동안 겪어 보지 못하였던 콘크리트 제방, 하천 직선화, 수많은 댐과 같은 각종 인간이용 시설물들이 자연하천을 가로막거나 또는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수달에게는 또 한 가지 어려운 환경조건이 남아 있다. 수달은 다른 야생동물들과는 달리 땅 위를 자유로이 돌아다니며 생활하지 못한다. 즉, 수달은 한반도라는 전체 면적 중에서도 오로지 자연하천이라는 한 줄기 선線 속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생명체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수달의 개체 수는 쉽게 증가하지 못하고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운 조건이 된다. 더욱이 한 줄기 하천에서만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다양한 배우자를 만나 건강한 유전자를 받아들일 기회가 다른 야생동물들보다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인간의 하천개발 사업에 의해서도 더욱 급속한 서식지 훼손이 나타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급속한 경제개발을 경험한 일본은 1980년대에 이미 자연하천의 수달들은 모두 사라져 지금은 전국의 자연사박물관에 20여 개의 박제만이 남아 있을 따름이다. 일본의 전철을 되밟아서는 안 된다. 그들의 경험을 우리는 생생한 교훈으로 삼아야 하며, 한반도의 자연하천에서 수달을 잃어버리는 일은 절대 겪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유구한 세월동안 우리 한반도의 금강산에서는 조그만 물줄기 하나가 흐르고 흘러 북한강을 이루고 한강을 지나 바다로 향하여 왔다. 예전에는 이 아름다운 북한강 강물에 소금배가 떠다니고, 사공들은 물에서 간간이 머리를 불쑥 내미는 수달을 만나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수달들의 삶은 크게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이곳의 물줄기만을 놓고 보자면 주로 강원도 권역의 북한강 상류의 일부 지역에서만 수달들이 그나마 온전히 살아갈 뿐, 한강을 포함한 하류지역의 환경조건은 크게 변해 버렸다. DMZ를 넘어 금강산 쪽의 수달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 소식은 더욱더 들리지 않는다.

한반도 생명체들의 통일대사, 수달 이제 우리의 강과 계곡 속에서 수달들이 오랫동안 생존하게 해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우리의 북한강뿐만 아니라 금강산 계곡에서도 수달들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도록 남북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DMZ 내부를 흐르는 ‘평화의 댐’ 물줄기에는 아직 수달이 살아남아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필자가 ‘평화의 댐’으로 흘러가는 DMZ 강물에 남북한 공동의 천연기념물 수달 복원방법과 그 관리방법의 구상에 골몰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비록 분단된 현실이지만, 만약 DMZ 권역에 수달이 안전하게 살도록 복원을 해줄 수 있다면, 남과 북에서 복원된 수달들이 DMZ를 통해 자유로이 남북한 물줄기를 왕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DMZ에 남북한 공동으로 천연기념물 수달 보호구역을 만들어 준다면 더욱더 수달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특별한 일은 아니다. 필자에게는 계획 가능한 생물학적 복원구상으로 비추어질 따름이다. 혹시 이때가 되면 ‘수달’을 우리 한반도 생명체들의 통일대사(大使, Ambassador)로 임명해 주는 것이 어떨까 싶다. 한성용 _ 문화재(천연기념물분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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