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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왕과 신하의 소통의 장 ‘경연’
작성일
2016-03-0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7774

왕과 신하의 소통의 장 ‘경연' 배움이 두렵지 않은 조선의 왕들 과거 왕조사회에서는 상고시대부터 왕에 대한 훈계와 자문의 역사가 면면하였다. 이런 훈계와 자문이 제도적 장치로 발전한 것이 경연이다. 경연은 왕이 학자 관료와 학문을 토론하고 정책판단을 자문하며 왕조통치를 지탱해온 중심축의 하나였다. 어떤 정치 조직이나 권력 집단을 막론하고 최고 권력자나 영도자는 당면한 현안을 판단하고 이끌어가기 위한 정치적 자문을 필요로 한다.

 

제왕의 경연 참여와 정치적 안정은 의미 있는 관련성을 보인다. 경연은 적극 참여해 문신학자 관료와 치열하게 토론하고 공부하며 정책 자문을 했던 왕들의 업적과 연계되어 있다. 조선시대를 통틀어 시대적 사명을 탁월하게 이루어낸 왕들 또한 모두 경연에 몰입했다. 대표적으로 세종, 성종, 영조가 그러하였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하고 파멸한다. 유교사회는 경연을 통해 권력의 본질을 성찰하고 폭력성을 반성했으며 소외된 계층을 돌아보았다. 이처럼 최고 권력자의 의사소통에 대한 개방성이 조선을 오랫동안 지탱할 수 있게 했던 것이다.

제왕의 경연 참여와 정치적 안정은 의미 있는 관련성을 보인다.

 

경청의 왕, 분야의 융합을 이끈 세종의 경연 ‘총 1898회’

세종은 역성혁명의 피비린내를 지우고 새로 건국된 조선이라는 나무의 뿌리를 깊이 드리우게 하였다. 학문과 문화를 일으켜서 조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였다. 그리하여 학문, 문화, 과학, 기술, 정치, 예술, 국방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국가의 기틀을 닦았다. 이때 세종은 토론을 국정운영에 적극 도입했다. 특히 이질적인 구성원들과 격론을 벌임으로써 과학기술과 문화 전 영역에 있어 발전을 이뤘다. 월 평균 6번 정도 토론에 참여한 세종은 언제나 ‘매서운 비판과 질책’을 신하들에게 청했으며 어떤 불편한 주제도 거부하지 않고 묵묵히 들었다. 이로써 신하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경연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경청의 왕, 분야의 융합을 이끈 세종의 경연 ‘총 1898회’

 

국정 현안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청하다, 성종의 경연 ‘총 9006회’

성종은 조선이 명실상부하게 조선으로서 정체성을 갖도록, 어엿한 한 왕조로서 토대를 쌓았다. 성종은 재위 기간 동안 9000여 회나 경연을 열어 조선의 정치를 제도화하고 문화국가로서 면모를 확립하였다. 성종 경연의 특징은 국정 현안을 경연에서 논의했다는 점이다. 당시 참여한 경연관들에게 의견을 묻고 경청하는 식이었는데, 자리에는 연로한 대신뿐만 아니라 어린 문신들도 다수 참여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안에 대한 논의를 대신 외 신진 관원들의 의견도 왕이 직접 들을 수 있는 열린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국정 현안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청하다, 성종의 경연 ‘총 9006회’

 

너무 똑똑한 나머지 교육이 돼버린, 영조의 경연 ‘총 3458회’

영조는 건국 이후 누적된 모순과 부조리, 갈등을 치유하고 조선의 명맥을 다시 이었다. 균역법이나 가채 금지령 등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쳤다. 정치적으로 권력의 집중과 당쟁으로 인한 내부적 혼란을 탕평책으로 정치적 균형을 추구하고, 중국문화에서 조선의 문화적 독립을 이루어내 문화적 자부심을 세웠다. 영조의 경연은 ‘경청’을 넘어 신하들의 실수에 대해서 날카롭게 지적하여 환기를 일으켰다. 신하들과의 경연에서 분위기를 압도할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던 영조는 추후에 경연의 본래 목적과는 달리, 신하들을 교육하려는 모습도 나타났다.

너무 똑똑한 나머지 교육이 돼버린, 영조의 경연 ‘총 3458회’

 

경연의 구성

공식적으로는 아침, 점심, 저녁에 세 차례 이루어졌다. 밤이나 특별한 때, 특정한 학자를 불러서 임시로 강연하는 특강 형식의 야대(夜對)와 소대(召對)가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교육(교화)과 정치가 등치를 이룬 시대였기 때문에 교육은 자연스레 정치로 이어졌다. 경연에서도 텍스트의 강론과 정책자문이 결정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이루었다.

경연의 목표

경연은 제왕을 성인(聖人)으로 만드는 일이다. 성인은 완성된 인간형을 가리키는 유교의 용어이다. 왕은 성인으로서 인간의 사적 욕망을 조절해 통제함으로써 전체 인민의 보편적 욕구를 실현시켜주고 이익을 중재해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경연에서는 제왕에게 유교 경서를 텍스트로 삼아 유교적 덕치 이념을 교육하고 역사서를 통해 군주의 역사적 사명을 자각하도록 촉구하였다.

 

글‧김태완(지혜학교 철학교육연구소장) 일러스트‧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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