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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전통을 잇는 일, 사랑하고 공감하다 스티븐 캐프너 서울여대 교수
작성일
2016-02-02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2323

 전통을 잇는 일, 사랑하고 공감하다 스티븐 캐프너 서울여대 교수 외국인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이야 이제 놀랄 일도 아니지만,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공감하고 추억에 젖을 만큼 그는 이미 한국적인 감수성과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인물이다. 태권도 발차기에 매료된 미국 청년 스티븐 캐프너에서 서울여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소설을 영어로 번역하는 문화 매신저로서의 약은 30년 가까운 한국살이의 결과다. 이제는 미국보다 한국의 생활과 문화가 더 익숙하고 편안하다는 그의 특별한 한국사랑 이야기를 들어보자

 

태권도에서 문학 사이, 한국에 빠지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정말 재밌게 봤어요. 거기 나오는 크라운 맥주며 음악들, 골목 풍경…. 모두 저의 기억 속에 있는 그대로더군요.”

1988년의 서울은 그의 한국생활이 시작되던 때와 정확히 맞물려 있었기에 특히 더 감회가 새로웠다. 태권도 선수로 올림픽 출전을 위해 한국에 들어왔던 게 딱 그 무렵이었으니 그의 서울살이도 어느새 27년 차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어릴 때부터 동양 무도를 선망하며 자란 몬테나 출신 ‘미국 촌놈’에게 1988년도의 서울은 매력적인 신세계였다. 그 후 무릎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지만,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남기로 했다.

“목표는 계속해서 변화되고 진화해 가더군요. 선수생활 대신 학문으로서 태권도를 연구하게 되고, 그러다 한국 소설에 빠져 국문학연구로 방향을 바꾸게 된 거죠.”

날렵한 발차기를 연마하던 벽안의 청년이 이효석 소설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누가 봐도 흔치 않은 여정이다. 거기엔 연속된 우연의 힘도 작용했지만, 그는 내면에 잠재된 요소들이 하나하나 발견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한국 소설, 그 가운데서도 그는 해방 전후기 소설에 관심이 많다. 격동의 역사 가운데 서양문화를 접한 당시 문인들의 경험이 어떻게 작품 속에 반영되는지를 보는 건 그로선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한편, 이렇게 청년기 이후의 삶을 한국문화 연구자로서 살게 된 데는 한국전에 참전했던 아버지의 영향도 적잖이 작용했을 것이라 말한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겠죠? 그 이미지들이 무의식중에 남아 한국이라는 나라, 한국적인 삶에 끌리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해요.”

캐프너 교수는 서울여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동시에 한국문학 번역원에서 꾸준히 강의하며 한국 소설을 번역해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비록 애초 꿈꾸던 태권도 선수로서의 삶과는 전혀 다른 인생이지만, 좋아하는 소설도 많이 읽고 그것이 자기 학문과 일치하는 일이니 그보다 이상적인 매치가 또 있을까? 작품들을 번역하면서 그는 한국문학의 독특한 매력을 세계인들이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기까지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적인 것의 특수한 매력을 어떻게 세계인의 보편적 감성에 전달하느냐의 문제예요. 한국문학이 가진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언어권이 다른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랑한다면, 솔직한 비판도 서슴없이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한국문학을 세상에 알리는 일에 대한 그의 책임감과 고민 또한 늘어간다.

“정체성이란 고정된 틀에 갇혀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색깔을 포기해서도 안 돼요. 주체적이고도 수용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게 진짜 한국적인 매력을 외부에 제대로 알리는 방법인 거죠.”

다행스러운 것은 그가 경험한 한국인들은 외부세계에 대해 매우 수용적이고 창조적인 적용 능력이 우수하다는 점이다. 또 서로를 돌보고 챙기는 공동체 문화와 성실함을 알아보고 인정해 주는 풍토도 그가 발견한 한국인들의 문화적 긍정성이다.

“<응답하라 1988>에 열광하는 건 우리가 잊고 지내던 따뜻한 전통, 서로 의지하고 돌보는 골목문화에 대한 향수잖아요. 이젠 사라지고 없는 것이기에 더 그립고 절실했던 거예요.”

그에게도 감수성 짙은 노랫말이 사라진 요즘 가요가 아쉽다. 갈수록 서양적인 채색을 더해가면서 그것이 ‘한국적’ 이라 소개되는 현상도 어쩐지 어색하고 달갑지가 않다. 골목에서 만나 수다 떨고 반찬도 나누던 기억을 이젠 드라마로만 만나게 되는 아쉬움 같은 것이다.

평소 그는 태권도에 대한 솔직하고 직설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는것으로도 유명하다. 발차기의 멋을 사라지게 한 경기 룰에 대해,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기보다는 태권도를 ‘전통의 고유 무예’라는 틀로만 보려는 완고함이 오히려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란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이제 그는 한국이 서 있는 지점을 바로 보고 필요한 조언을 하는 일에도 주저함이 없다. 어쩌면 조금 불편할지도 모를 그의 조언들은 한국정신에 대한 애정의 크기와 비례함을 알 수 있다 .

 

글‧김수연 사진‧임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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