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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늘과 바다의 깊은 빛깔을 품은 쪽, 우리의 삶에 깃들다
작성일
2012-09-1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482




자연에서 태어나 더욱 푸르른 빛깔

천연염색은 일반염색과 쪽염색으로 나뉠 정도로 쪽염색의 입지가 두텁다. 쪽염색은 쪽이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염료로 옷감 등을 물들이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어렵고 까다로워 다른 염색보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귀한 쪽빛을 보기 위해 명하쪽빛마을의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 전수교육관을 찾았다. 마침 윤대중 조교는 쑥색이 감도는 쪽물에 석회가루를 넣고 고무래질을 하고 있었다. 고무래질이 쉼 없이 반복되자, 쪽물 표면에 하얀 거품이 일고, 이내 파란 쪽물이 나타났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쪽빛’이다. 이 쪽빛을 옷감에 물들이기까지는 아직 수많은 과정이 남아 있지만, 이미 항아리에는 푸르른 바다와 쨍한 하늘이 담겨 있다.

“쪽염색의 첫 번째는 바로 쪽풀 재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염색장 보유자이셨던 아버님께서는 쪽염색을 ‘농사’라고 표현하셨어요. 쪽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하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농사를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색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쪽염색은 바로 농사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창 쪽 수확기를 맞이한 시기라, 교육장 한켠에 쪽이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다. 쪽은 여느 풀과 다르지 않은 색깔을 지니고 있기에, 식물만 보았을 때는 쪽빛과 연결 짓는 것이 쉽지 않다. 쪽과 굴껍질을 구워 만든 석회가루, 잿물이 이런 아름다운 빛깔을 만들어낸다니. 재료 하나하나, 인위적인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그야말로 쪽빛은 자연의 색깔이다. 사람은 다만 산화발색 과정에서 고도로 수련된 기술을 사용할 뿐, 빛 자체는 자연이 결정하는 것이다.

전통 속에 전통문화의 미래가 있다

윤대중 조교는 현재 5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렇기에 쪽염색은 그의 인생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아버지를 도우면서 쪽염색을 배웠다. 전통문화를 유지시키는 일은 오히려 이렇게 자연스러운 체득에서 만들어진다. 천연염색은 과거 전라남도 나주를 중심으로 굉장히 성행했다. 하지만 이 천연염색에도 위기가 있었다. “쪽염색 전승이 완전히 끊겼던 적이 있습니다. 1950년에 일어났던 한국전쟁으로 더 이상 쪽염색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했어요. 이렇게 얘기하면 사람들은 ‘쪽씨를 보관했다가 다시 할 수 있을 때 발아시키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쪽씨는 일 년만 지나도 발아율이 굉장히 떨어져요. 쪽 농사를 계속 유지하지 않으면 염색 또한 불가능해지는 것이지요.”

더불어 1950년대 이후에는 화학섬유가 우리나라로 물밀 듯 들어와 천연염색은 그 자리를 지키기 힘들었다. 그러다가 조일순 여사가 일본에서 쪽씨를 가지고 와서 이곳저곳 다니면서 발아시키고자 노력했는데, 모두 성공하지 못하다가 故 윤병운 옹(염색장 보유자)이 성공했다. 종자를 늘리는 작업부터 채취, 그리고 발효까지 훌륭하게 성공한 것이다. 전승이 완전히 끊겼음에도 가능했던 이유는 쪽염색 기술을 잠깐 동안 한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온전히 몸으로 배워나갔기 때문이다. 故 윤병운 옹이 쪽염색을 성공시키자, 그때부터 다시 천연염색을 향한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이 이어졌다.

“저희는 쪽염색을 하면서, 전통만이 전통문화를 지켜나갈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전통을 보급시켜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이 바탕 되어 있지 않다면 전통은 잃고 현대에 맞게 변형된 형태로만 유지될 수밖에 없어요.” 윤대중 조교는 쪽염색 자체에 대한 전통문화계승 뿐만 아니라, 쪽염색을 하면서 사용하는 도구의 전통문화계승 또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명하쪽빛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장이 함평시장인데, 윤대중 조교는 그곳에서 쪽풀을 얹어 놓는 바작(지게에 얹어 물건을 담을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을 산다. 윤대중 조교가 도구까지 전통의 것을 고수하기 때문에, 바작의 역사 또한 끊기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쪽으로 함께 미래를 꿈꾸는 명하마을
옷감에 쪽빛을 물들이기 위해서는 발효된 쪽물에 천연원단을 물들여서 산화, 발색하는 과정을 10~15회 반복한다. 염색 횟수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그 빛깔도 천차만별이다. 쪽빛이 아름답게 물든 옷감을 얻는 일은 긴 시간 동안 인내하여 얻어낸 달콤한 결과물이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언제나 ‘나로 인해 100명이 먹고 살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일을 하면서 정한 모토가 ‘함께 가자’는 것이지요. 특히 이 쪽염색을 우리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해 나가고 싶어요. 전통 쪽염색을 주제로 농촌진흥청 교육농장에 선정되고 이어서 ‘농촌관광테마마을’로 지정되어 우리 마을의 이름이 ‘명하쪽빛마을’이 된 것이지요.” 윤대중 조교와 최경자 이수자는 ‘함께 가자’는 모토를 위해서 쪽염색의 보급화는 물론 많은 분들과 함께 사회적 기업으로 전통문화계승의 범위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사회적 기업 공부까지 하여 전통문화계승의 범위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윤대중 조교는 전통문화계승에 힘쓰고 있고, 최경자 이수자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쪽염색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쪽염색은 함께 미래를 꿈꾸는 명하쪽빛마을 안에서 더욱 더 푸르게 푸르게 물들고 있다.




글·박세란 사진·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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