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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집 - 강릉단오제 세계문화유산 등재
작성일
2005-12-27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489






   강릉은 서쪽으로 한반도를 수직으로 가르는 태백산맥에 막히고, 동쪽으로는 동해바다와 접한 작은 도시로 궁벽한 지리적 조건 때문에 오랫동안 고립의 역사를 살아왔다. 구불구불 아흔 아홉구비 오십리 길을 휘감아 돌아 오르는 치 높은 고개가 있는 대관령은 강릉에서 서울로 가는 유일한 길이자 강릉사람 마음의 고향이다. 하늘에서 가장 가깝고 신성한 그곳에는 국사서낭님國師城隍神이 좌정해 계셔서 주민들의 삶을 관장하고 보호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강릉단오제는 바로 이 대관령을 신앙의 중심공간으로 하여 천여 년 동안 계승되어온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축제이다.    강릉단오제는 신성한 제의, 신명나는 민속놀이, 질펀한 난장이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로써 한국의 역사와 문화적 독창성을 반영하고 있는데 특히 축제를 구성하는 무당굿, 가면극, 농악, 민요 등 관련 예술의 각 부분에서 수준 높은 예술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통문화를 향유하는 기회를 만들어 문화전승의 통로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제의는 유교식 제사와 무당굿으로 이루어지는데 무당굿은 단오제를 이루는 신앙의 핵심으로 종교의례인 동시에 노래와 서사시 구연, 춤, 반주음악, 촌극 등으로 구성되는 종합예술이다. 특히 강릉단오굿은 집안에 대를 이어 내려온 세습무들이 연행하는데 이들의 예술성은 판소리, 농악, 민속춤과 민속음악 등 전통연희예술의 기반이 되고 큰 영향을 미쳤다. 관노가면극은 강릉단오제 때에만 관노들이 연희한 한국유일의 무언가면극으로 남녀성황, 여역신, 토지신 등 강릉지역의 가장 보편적인 지역수호신들이 인격화된 모습으로 등장하는 원초적이고 제의적인 연극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1-라호로 지정된 강릉농악은 농사노동의 활력을 반영하는 경쾌하고 빠른 가락을 연주하면서 다양한 놀이와 춤을 추는 예술이고 농사일의 고단함을 노래로 풀어낸 강릉의 민요는 아름다운 곡조와 농민의 정서가 예술적으로 표현된 노랫말로 유명하다.

    강릉단오제는 양기의 숫자 5가 두 번 겹치는 음력 5월 5일 한국 고유의 수릿날의 전통을 계승한 축제로 음력 4월부터 5월초까지 한 달여에 걸쳐 대관령과 강릉시를 중심으로 벌어진다. 음력 4월5일 신주빚기로 시작하여 4월15일에는 대관령에 올라가 국사성황사에서 성황신을 모셔 강릉시내 국사여성황사에 봉안한 뒤 5월3일부터 7일 저녁 송신제까지 강릉시내에서 본격적인 단오제 행사를 벌이는, 장장 30여 일 이상의 긴 축제인 것이다. 신주는 강릉시장과 시민들이 정성을 다해 바친 쌀과 누룩으로 빚는다. 4월 보름날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천 명의 시민들이 대관령에 올라가 국사서낭님을 모셔온다. 국사서낭님은 대관령 정상의 단풍나무를 타고 내려온다고 믿어 이날 신이 깃든 나무를 벤다. 이날부터 신목은 단오제가 끝나는 5월7일까지 국사서낭님의 상징이 된다.
    본격적인 단오제는 5월3일부터 닷새 동안 강릉 시내를 관통하는 남대천 강가 단오장에서 벌어진다. 단오장은 굿당을 비롯하여 탈놀이판, 농악장, 씨름판, 그네장이 서고 거기에 온갖 음식과 생활용품을 파는 난장이 들어서는 임시 축제마당이다. 여기서 강릉시민들은 일 년에 단 한번 축제의 신명을 즐기면서 일상의 피로를 풀어내고 삶의 활기를 되찾는 것이다.

    강릉단오제는 민중의 역사와 삶이 녹아있는 전통축제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긴 세월동안 독자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한국축제의 문화적 원형이 살아있는 강릉단오제는 오늘날 전통문화 전승의 통로이자 한국인을 한국인으로 키워내는 문화, 교육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강릉단오제는 지역 주민들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강릉단오제위원회를 통하여 행사의 계획과 진행, 예산 책정과 집행 등에 관련 예술인들을 포함한 전체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민주적 축제로서 해마다 23만 강릉시민을 포함하여 국내외 관람객 등 약 백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강릉단오제의 이러한 특징은 국가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아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 13호로 지정되었다. 한국 정부는 제례와 무당굿, 가면극을 중심으로 문화재를 지정, 각 분야마다 기능보유자를 선정하여 전통을 충실하게 계승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오늘날의 강릉단오제는 전통문화를 교육하는 또 하나의 학교이다. 강릉시내의 초등학교는 단오날이면 임시 휴교를 하고 아이들을 모두 단오장으로 내보낸다. 아이들은 일상의 구속을 벗어던진 자유로운 단오장에서 탈놀이도 하고 농악장에서 꽹과리도 두들기고 그네도 뛰고 굿 구경도 하고 군것질도 하면서 축제의 경험을 통해 강릉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강릉단오제는 단순한 놀이터나 단조로운 일상의 쉼표에 머물지 않는다. 강릉의 역사와 전통문화가 오롯이 모이는 현장이다. 사라진 민속을 우리 삶 속에 되살리고 전통을 잇게 하는 주체적 힘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강릉단오제에 참여한다는 것은 곧 강릉사람이라는 정서적 동질감을 확인하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강릉사람이 되는 길이기도 하다.
    강릉단오제는 우리 문화를 배우고 익히고 체득하여 마침내 강릉사람으로, 나아가 한국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게 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축제는 누구에게나 열려진 공간으로 다른 지역의 사람들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 외국 사람도 얼마든지 와서 놀 수 있다. 신과 인간이 만나는 신성한 시공간이라는 대전제 속에서 인간과 인간의 만남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제 강릉단오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걸작으로 등재된 세계인의 축제이다. 이러한 자유로움 속에 너와 나, 한국과 세계가 만난다면 그것은 이성이 아니라 가장 강렬한 정서로 세계인을 하나로 묶는 충격적 경험이 될 것이다.

황루시 / 관동대학교 미디어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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