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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고령사회의 명과 암
작성일
2013-12-0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926

우리나라의 고령인구는 2008년 500만명을 돌파한 후 불과 5년 만에
6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보면 약 12.2%
이지만 문제는 세계에서 유래 없이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웃 나라의 예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수준에서 14% 수준으로 증가하기까지 73년이
걸렸고, 14%에서 20% 수준으로 증가하는데 21년이 소요된 반면 우리
나라는 7%에서 14% 증가에 18년이 소요되었으며 앞으로그추세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01. 50세 이상 시니어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주름진 손으로 구직신청서를 쓰고 있다.
02. 밥상공동체복지재단이 개최한‘사랑밥상, 어버이 사랑’행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의 발을 씻겨 드리는 모습. 이날 행사에는 독거노인 등 250여명의 어르신들을 초청해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선물과 점심 등을 제공했다.
03. 서울시농업기술센터의‘실버농원’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텃밭에 상추 모종을 심고 있다.‘실버농원’은 고령시대에 어르신들의 건강한 여가생활과 소일거리 제공을 위해 운영하는 무료텃밭농원이다.

고령사회의 암暗

인구 고령화는 퍼센티지라는 수치를 넘어 생활 전반에 훨씬 더 큰파급 효과를 갖는 사건이자 우리 사회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은 인류의 오랜 역사를 통해 거듭되어 왔으며 넓고 길게 보면 고령화도 그 중 하나일 뿐이다. 문제는 고령화의 속도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에 대비하기에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그 필연적인 결과가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라는 우리 사회의부끄러운 지표이다.

2011년도에 제출된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45.1%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도 2위인 나라와노인 빈곤율 차이가 무려 15% 포인트 이상으로‘압도적인’1위를기록하고 있다.

노인이 경험하는 가난과 외로움은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또 다른 부끄러운 지표로 연결된다. OECD 25개국은 2000년22.5명에서 2010년 20.9명으로 노인 자살률이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34.2명(5위)에서 81.64명으로 지난 10년 사이 급격한 증가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고령사회가 우리사회에 미칠 부정적 효과는 이제 겨우시작일 뿐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2050년에 이르면 노인인구 비율이 38.2%로 세계 최고령국이 될 전망인데 앞으로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지금까지 목도하지 못한 문제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가령,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 따라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그러하다.

또한 고령화로 인해 노인 인구가 늘어나게 되면 의료비 지출을 비롯한 각종 복지 지출과 사회보험 급여지출은 늘어나는 반면 근로인구의감소로 세입기반이 감소되어 국가 재정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자연스레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주요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위협을 가하게 되며 이로 인해 세대 간 갈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이러한 세대 간 갈등은 장유유서와 노인공경의 유교적 전통을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문화적 기반을 흔들어 놓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사회안정과 사회통합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04. 서울 영등포의 한 철재공장 밀집지역에서 한 노인이 수레를 끌고 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들에게 안전장비 지원 등 사회안전망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05. 탑골공원에 문을 연‘탑마을 이동도서관’개관식에서 노인일자리로 선발돼 이동도서관 운영을 하게 된 어르신들이 책을 정리하고 있다.

고령사회의 명明

그러나 앞서 말했듯 고령화는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경험하는 하나의 대 변환이다. 다만 고령사회의 온갖 어두운 면모가부각되는 이유는 고령화로 인해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했던 생활양식, 사회 구조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빠른 고령화 속도에 비해우리 사회의 체질 개선은 그만큼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불일치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 구조 개선이 잘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고령화로 인해 새로운 기회와 삶의 양식이 열릴 수 있으며 우리에게 주는 발전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고령화로 인해 필연적으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증대될것이며 양적 성장보다 질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화두가 이동할 것이다.가령, 현재와 비교했을 때 고령사회에서는 건강, 여가, 배움 등삶의 질을 높이는 분야가 삶에서 갖는 의미와 중요성이 더욱 커질것으로 보인다. 개인에게 있어 고령화는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할 수있을 때 축복이 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연장된 수명을 발전된 의학기술과 의료기기에 의존한 채 자율적이지 못한 시간으로 채운다면 결코 축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령사회에는 우리 삶에서 여가생활이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 여가란 그저 소일거리에 불과했지만 고령화시대의 여가는 삶의 질과 성공도를 좌우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교육에 대한 관점 역시 필연적으로 변화될 것이다. 지금까지 교육이진학과 취업 중심의 의미를 가졌다면 고령사회의 교육은 평생을 두고 배워 나가야 할 삶의 수단으로서 그 의미가 변화될 것이다.

또한 수명의 연장으로 개인의 커리어는 평생 한 가지 직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둘, 많으면 셋 또는 그 이상의 직업을 가지는 사람들도 등장할 것이다.

앞서 고령화로 인해 우리의 성장잠재력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에대해 언급했는데, 고령화는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함축하고 있기도하다. 가령, 소위 실버산업이라고 불리는 고령친화 산업 부문이 성장하게 된다면 그동안 수요의 부재로 활성화되지 못했던 고령친화산업 부문의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노인은 OECD 국가 중 가장 가난하며 소비의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노년에 대한 준비도가 높아진다면 노인들은 새로운 사회의 소비주체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령화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고령사회형 신규 일자리도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령, 실버문화 컨텐츠개발자, 노후설계 상담사 등 지금까지 부각되지 못했거나 존재하지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직업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 몸담고 있는 사회의 지배적 가치는 개인 생애에서 가장중요한 순간을 청장년기에 두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가 주는 의미는다름 아니라 생애주기에서 노년기가 갖는 중요성이 전례 없이 증가한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노년기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우리삶의 양식과 사회구조가 변화한다면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무엇을 준비해 나가야 하는가

물론, 고령사회로의 긍정적 변화는 쉽게 달성될 수 있지 않다. 정부와 사회 각 주체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까지 생각과 행위에 있어많은 성찰과 변화를 이루어내야만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개인이다가올 자신의 노년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밝은 고령사회의 미래는 소원하다. 당장의 오늘과 내일만을 바라보는 삶에대한 근시안적인 관점을 넘어 긴 호흡으로 자신을 성장시켜 갈 때 나의 노년이 행복해 질 수 있음을 사회구성원이 모두 인식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을 포함한 사회 각 주체 역시 고령사회에 성공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의 건강, 교육, 여가, 일자리, 노후준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고령사회 대비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과감한 제도적 개선을 감행해야 한다. 기업에서도 당장의 양적 성과에 치중하지 말고,함께 공생할 수 있는 고령사회를 맞이하기 위해 고령 인력 고용 및관리, 퇴직 대비 근로자 교육, 여가 등에 대한 협조와 지지체계를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사회 각 주체의 협조와 노력이 수반된다면 개인적 차원에서는 삶의 보람과 의미를 높이고, 국가적 차원에서는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담보하는 행복한 고령사회의 미래를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소정 (남서울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 사진. 연합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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