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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과거와 현재가 만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다 군산
작성일
2014-03-12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8564

과거와 현재가 만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다 - 군산 / 옥돌해변에서 바라 본 군산 선유도

근대 문화유산의 보고(寶庫), 군산
대한제국에 의해 개항되었으나 일제 강점기 동안 쌀 수탈을 위한 항구로 개발된 군산에는 다양한 근대 문화유산이 남아있다. 최근 근대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군산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공존한다.

01. 철도와 쌀 창고 뜬다리가 연계된 1930년대 군산항 ⓒ군산상공회의소, 『사진으로 보는 군산항 110년』

 

서해안 해상물류의 중심지, 군산

서해안의 대표적인 항구도시인 군산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도 조운제도의 근간이 되는 조창(漕倉)이 설치되었고, 수군 주둔지인 진(陣)이 설치되었던 곳으로 역사적으로 서해안 해상물류의 중심지였다. 이러한 지리적·역사적 이점을 이용하여 외국과의 무역을 통해 관세수입을 늘리고자 했던 대한제국 정부에 의해 군산은 개항하게 된다. 군산이 근대 도시로 변모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이 바로 1899년 5월의 개항이었다.

항구 도시인 까닭에 군산시의 발전은 군산항의 확장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개항 직후에는 대한제국 정부에 의해 세관을 중심으로 군산항이 건설되면서 주변에 행정기관들이 설치되었고, 격자형으로 넓은 도로를 낸 거류지에는 상가와 주거지가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일제 강점기가 되면서 군산항의 확장은 이제 철도의 확장과 동시에 진행되었다. 당시 육상 물류의 중심이었던 철도를 군산항을 통해 해상 물류와 연결함으로써 호남평야와 김제평야에서 생산된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수 있는 운송체계를 갖추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1912년 호남선의 익산역과 군산역을 연결하는 군산선 철도가 개통되었다.

일제에 의해 항구가 조성된 1930년대 초반까지 군산항은 철도를 통해 운송된 쌀이 커다란 창고로 옮겨 보관되고, 뜬다리를 통해 운반선으로 옮겨지는 쌀 반출의 효율적인 작업 동선에 적합하도록 건설되었다. 뜬다리는 서해안 조수간만의 차를 극복하고 대형 선박이 접안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었다. 철도 주변으로는 쌀 가공 및 저장, 유통을 위한 정미소, 은행, 미두장 등의 시설이 군산항과 군산 시가지 사이에 지어져 군산의 도시 공간을 형성하였다. 1930년대 군산항은 뜬다리가 나란히 설치된 긴 호안과 그것에 평행하게 지어진 거대한 쌀 창고, 그리고 길게 연결되는 선형의 철도가 서로 평행하게 겹겹으로 배치되고, 그 너머로 시가지가 펼쳐진 모습이었다.

02. 대한제국 관세행정을 보여주는 유일한 문화유산인 구 군산세관 본관(전라북도 기념물 제87호). 벨기에에서 수입해 온 적벽돌로 지은 것으로 알려진 서양 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이다. ⓒ송석기
03. 테마공원으로 조성된 구 임피역(등록문화재 제208호) ⓒ송석기

 

일제 강점기를 지나 형성된 근대 문화유산의 자취

20세기 전반기에 형성되었던 근대도시 군산의 모습이 많은 부분 바뀌었지만, 현존하는 근대 문화유산을 통해 당시의 도시 공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도시 공간의 성격에 따라 근대 문화유산을 몇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근대도시 군산의 공간적 원형을 형성했던 부분으로 구도심의 격자형 가로망과 그곳에 지어진 일본식 주거 및 상업건축물이다. 해방 이후 한국인이 생활하면서 많은 부분이 변형되었지만 군산에 현존하는 근대 문화유산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격자형 가로망의 북쪽에 있는 ‘구 군산세관 본관’은 개항 시기에 이 영역이 근대도시 군산의 출발점임을 보여주는 대한제국 관세행정의 유일한 흔적이다.

두 번째는 축항(築港) 공사에 의해 형성된 군산항 영역이다. 1930년대까지의 축항 공사를 통해 현재와 같은 호안이 완성되었고 철도는 해안을 따라 서쪽으로 연장되었다. 당시 군산항의 모습을 보여주는 유산이 호안의 석축과 뜬다리이다. 온전한 뜬다리 1기는 육지에서 이어지는 2개의 다리와 그 다리를 서로 연결하는 물위에 뜬 함체로 구성된다. 따라서 현재 군산항에는 반쪽짜리 뜬다리 3기가 남아있는 셈이다.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건물과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은 당시 항구와 시가지 사이에 형성된 금융시설과 공공시설의 일부이다.

세 번째는 철도와 관련된 근대 문화유산이다. 군산항의 확장과 밀접하게 관련되었던 군산선 철도는 1910년대 거류지 외곽의 한국인 거주지가 군산 시가지에 포함되는 데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철도 개설 이후 한국인 상권과 주거지가 형성되어 있었던 현재의 죽성동과 영동 지역이 군산 시가지에 완전히 포함되었다. 군산선 철도역 중 하나였던 ‘구 임피역’이 남아있고, 철도 관련 산업시설로서 대야역 근처에 낡은 주조장이 남아있다. 주조장은 정미소와 마찬가지로 철도 주변에 쌀 가공을 중심으로 발달한 당시 군산 산업의 한 단편을 보여준다.

네 번째는 당시 생활권의 중심이었던 현재의 중앙로 1가를 중심으로 한 영역이다. 현재에도 유명한 빵집이 위치한 이 가로는 일제강점기뿐만 아니라 해방 이후에도 군산에서 가장 번화한 소비문화의 중심지였다. 사진관이었던 ‘군일유리’와 같은 건물이 모더니즘이 유행했던 당시의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1920년대 중반 군산부청이 옮겨오면서 이곳을 중심으로 군산 시가지는 남쪽과 서쪽으로 더욱 확장된다. 서쪽으로는 해망굴(일제 때 물자 반출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든 굴)이 개통되었고, 남쪽으로 월명동 일부와 신흥동 등에는 부유층의 주택지가 형성되었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주택지 외곽에 위치한 ‘동국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처음 지어지던 당시와 같이 불교 사찰로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일본 건축 양식의 사찰이다.

다섯 번째는 도시 외곽의 일본인 농장과 관련된 영역이다. 현재 군산 시가지의 외곽에 남아있는 근대 문화유산들은 대부분 일제 강점기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많았던 군산과 전라북도의 일본인 농장과 관련된 흔적들이다. 개정동의 ‘이영춘 가옥’은 일본인 농장주 구마모토가 건립한 별장 주택으로, 이 지역 의료계의 선구자였던 이영춘 박사가 거주하면서 현재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개정면 발산리에 위치한 ‘구 일본인 농장 창고’는 일본인 농장주 시마타니가 건립한 창고 건물로 각종 귀중품을 보관하던 일종의 금고와 같은 건물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의 군산으로

해방이후 군산항의 쇠락과 함께 무관심 속에 버려졌던 군산의 근대 문화유산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시작된 것은 2000년대 이후였다. 2001년 문화재청에 의해 등록문화재제도가 도입되면서 근대 문화유산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재평가가 시작되었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개인 소유이지만 등록 이후에 군산시에서 관리하고 있고 구조선은행 군산지점과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은 군산시에서 매입하였다.

군산시의 근대 문화유산에 대한 관리는 문화유산을 활용하여 죽어가는 구도심을 살리기 위한 일종의 도시재생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2007년 군산시 원도심활성화 지원조례와 2008년 군산시 경관조례를 제정하여 근대역사문화경관을 형성하기 위한 법제도를 정비하였고 그간 제안된 다양한 계획안들을 수렴하여 내항의 ‘근대문화벨트화 사업’과 원도심의 ‘근대역사경관 사업’이 구체화되었다. 이두 사업이 현재 군산의 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의 근간이 되고 있다.

04. 군산 근대건축관으로 활용 중인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제374호). 일제강점기 군산을 배경으로 한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 나오기도 하는 등 군산의 근대사를 상징하는 건물이다. ⓒ송석기
05. 군산 근대미술관으로 활용 중인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제372호) ⓒ송석기
06.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신흥동 일본식 가옥(등록문화재 제183호). 일본식 2층 목조 가옥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인 지주의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다. ⓒ송석기

근대문화벨트화 사업은 구 군산세관 본관에서 시작하여 군산근대 역사박물관과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에 이르는 내항 일원을 대상으로 한 사업으로 영역 내의 근대 문화유산을 수리, 복원하여 문화시설로 재활용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사업으로 현재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은 ‘군산 근대건축관’으로 문을 열었고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은 ‘군산 근대미술관’으로 개방되고 있다. 근대역사경관 사업은 군산시 원도심의 2개 블록에 소공원과 근린생활시설, 숙박시설을 조성하고, 이곳에서 원도심을 지나 내항의 근대문화벨트화 사업 영역으로 연결되는 ‘역사 탐방로’와 ‘역사 경관로’ 2개의 가로 경관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숙박시설이 먼저 조성되어 군산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로서 활용되고 있다.

군산시 외곽의 근대 문화유산에 대해서도 보존 및 활용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이영춘 가옥은 ‘쌍천 이영춘 박사 전시관’으로, 구암동의 구 구암교회는 ‘군산3.1운동전시관’으로 문을 열었다. 임피역에는 테마공원이 조성되었다. 군산시는 원도심 지역의 근대 건축문화유산에 대한 정비 사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제 군산의 근대 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 사업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앞으로의 사업에서는 다소 아름답지 않더라도 근대 문화유산에 남아있는 진정성을 최대한 보존하고, 해방 이후의 문화유산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충분한 연구를 통해 대중의 공감대와 관심을 모아낸다면 군산이 진정한 근대 문화유산의 보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07. 일본식 불교 사찰로 지어졌던 동국사 대웅전(등록문화재 제64호). 개항 후 일본인과 함께 들어온 일본 조동종(曹洞宗) 사찰인 금강사의 불전으로 건립하였으나, 광복 후 조계종 사찰 동국사로 변경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송석기

글 송석기(군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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