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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역사의 향기와 함께하는 힐링의 시간 - 덕수궁 강연 프로그램 '정관헌에서 명사와 함께'
작성일
2013-06-14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074

역사의 향기와 함께하는 힐리의 시간 덕수궁 강연 프로그램 정관헌에서 명사와 함께. 01,02 지난 5월 10일 열린 정관헌에서 명사와 함께 행시에서 이해인 수녀가 오늘을 위한 기도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모든 만남은 생각보다 짧다/영원히 살 것처럼/욕심 부릴 이유는 하나도 없다/지금부터 백일만 산다고 생각하면/삶이 조금은/지혜로워지지 않을까?”- 이해인‘백일홍 편지’

정관헌은 궁궐 안에 있지만, 흔히 떠올리는 조선시대 궁과는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의 건축물이다. 정면 7칸 측면 5칸의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의 녹색 기둥은 화려한 꽃문양으로 장식돼 있다. 1900년 러시아 건축가 사바친이 고종황제의 연회 및 휴식을 위해 지은 건물로, 덕수궁 내의 근대건축물 중 가장 오래됐지만 지금 봐도 세련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정관헌’이란 이름은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함녕전咸寧殿등의 고건축을 ‘고요하게(靜) 바라보는(觀) 곳’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09년부터 이곳에서 현대적 의미에서의 연회를 열고 있다. 궁궐이 아름다운 꽃과 낙엽으로 뒤덮이는 봄과 가을, 각 방면의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그들의 삶과 지혜를 나누는 ‘정관헌에서 명사와 함께’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이 행사를 통해 이어령 초대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시인 고은, 작가 신경숙, 연극인 손숙, 국악인 황병기, 설치미술가 서도호 등 30여 명의 명사들이 총 6000여 명의 청중을 만났다. 올 봄 프로그램은 5월 10일 이해인 수녀의 ‘오늘을위한 기도’, 24일 혜민 스님의 ‘마음 치유 콘서트’, 31일 김주하 아나운서의 ‘유쾌한 대화’, 6월 7일 전 국가대표 마라토너인 황영조의 ‘도전과 극복’강연으로 구성됐다.

궁궐이라는 색다른 공간은 강연자들과 관람객들 모두에게 특별한 느낌을 선사하는 모양이다. 어느 때보다 깊고 내밀한 이야기들이 궁궐을 지나는 바람에 실려 오고 간다. 5월 10일 열린 강연을 위해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이해인 수녀는 “2008년 대장암 진단을 받은후30번의 항암주사와 28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갑자기 응급실에 실려가 공황장애 진단을 받기도 했다. 이번 강연을 잡아 놓고 나서 ‘쓰러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는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03. 2012년 덕수궁에서 진행했던 정관헌에서 명사와 함께는 디자이너 이상봉을 비롯해 한비야, ㅁ뉴지컬배우 최정원 등의 강연으로 꾸며졌다. 04. 이해인 수녀는 참석자들에게 긍정적인 언어습관을 가질 것을 권하며, 부드러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스스로의 내면을 치유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 포근하고 맑은 인상의 이해인 수녀는 시종일관 유쾌한 입담으로 관객들을 웃음 짓게 했다.“예전에는 민들레 등 풀꽃들이 예쁘더니 이제는 새빨간 장미처럼 화려한 꽃이 좋아진다. ‘할머니 본성’이 나오는 모양이다”, “록그룹 ‘부활’의 김태원씨가 내 시에 곡을 붙이고 싶다고 전화를 해 왔다. ‘수녀의 시로 어떻게 록을 한단 말이냐’깜짝 놀랐다”등의 이야기에는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가장 특별한 것은 시인과 관객들이 함께한 시 낭송이었다. 참여자들 중 시낭송을 원하는 이들이 차례로 무대에 나와 이해인 수녀의시 <감사예찬>, <우리집>, <보름달에게> 등을 낭송했다. 일부는 시를 읊다 감동해 눈물을 쏟기도 했다. ‘가끔은/아주 가끔은/내가 나를 위로할필요가 있네’로 시작되는 시 <나를 위로하는 날>을 낭송한 관람객 전경희 씨는 “2년 째 이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너무 자주 오다보니 이제 정관헌이 마치 내 집처럼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이해인 수녀는 참석자들에게 ‘긍정적인 언어습관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요즘 사람들은 강한 단어를 많이 쓰는데 이런 말들은 내 삶의 향기를 달아나게 합니다. ‘미치고 팔짝 뛰겠다’ 대신 ‘보통 일이 아니군요’, ‘완전 정신 나갔군’대신 ‘저 사람은 균형이 깨어진 것 같아’를 쓰는 등 자기만의 언어 메뉴를 만들어 이를 실천해보세요. 부드러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스스로의 내면을 치유하는‘셀프 힐링’의 좋은 방법입니다.”

이 강연이 특별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강연시작 시간 7시에 맞추느라 저녁도 거르고 달려온 관람객들을 위해 제공되는 커피와 빵이다. 지난 2009년 문화재청과 ‘한 문화재한지킴이’협약을 맺은 스타벅스코리아가 강연 시작 30분 전부터 빵과 바리스타들이 직접 만든 커피를 참석자들에게 나눠준다. 100여 년 전 왕이 커피를 즐겼던 그 공간에서 맛보는 특별한 커피 한 모금이다.

‘정관헌에서 명사와 함께’에 참가하려면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한다. 행사가 인기를 끌면서 요즘엔 치열한 예매경쟁이 벌어진다. 정관헌 내부에는 예약자(약 200명)만 들어갈 수 있지만, 외부에 LED 화면이 설치돼 있어 현장 참석자들(약 100명)도 함께 강연을 들을 수 있다. 박정상 덕수궁관리소장은 “궁궐에서 소수의 사람만 함께하는 강연이라 특별한 감흥이 느껴진다는 반응이 많다”며“앞으로 더욱 다양한 궁궐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이영희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사진. 덕수궁관리소, 스타벅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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