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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고

제목
한·중·일이 자연과 마주하는 법
작성자
이원호 연구사
게재일
2017-09-22
주관부서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조회수
6204

 


  동양의 자연은 서양의 위압적이고 스케일이 큰 거대경관이라기 보다는 ‘산수경관’이라 할 만큼 인간 삶의 척도에 맞춘 휴먼스케일을 선호한다. 특히 한·중·일 삼국의 정원에는 자연을 대하는 태도의 같고 다름이 잘 나타난다.


  중국의 대표적 ‘강남지방 정원’은 구불구불한 인공적 곡선으로 이루어진 연못이 정원의 기본 틀이다. 연못 주변 회백색의 굵은 선은 주로 기괴한 돌을 겹겹이 쌓은 태호석(太湖石)이 대표적 재료다. 그리고 중간 중간 전망 좋은 곳에 정자를 놓고 정원을 둘러보기 좋도록 기와지붕으로 된 긴 복도를 연결한다. 나무는 배경용으로 일부가 사용된다.


  일본의 고산수(枯山水) 정원은 방장(方丈)의 뒷마당에 물을 사용하지 않는 직사각형의 모래정원을 만들던지, 아니면 건물 주변에 구불구불한 곡선형의 연못을 만들고 그 옆에 자갈을 넓게 깔아 해안가 같은 분위기의 침전식(寢殿式) 정원을 만든다. 그리고 연못 안에 여러 섬을 만들고 이 섬들을 다리를 통해 잇는다. 흰색 자갈들과 어울리게 잘 다듬어진 값비싼 나무와 유명한 수석을 군데군데 심는다.


  한국의 별서(別墅)정원은 오래된 고목들이 숲과 함께 우거져 있고 자연 계류(溪流)가에 정자 하나가 소박하게 지어져 있으며 흘러가는 계류 일부를 돌려 연못을 조성한다. 연못은 주로 직선의 건축선을 연장시킨 방형(方形)을 띄는데 연못과 석축 이외에는 인공적인 것을 찾기 어렵다.


  세 나라의 차이점을 더욱 쉽게 접근하려면 인공적인 면을 하나씩 걷어내 보면 된다. 중국과 일본은 정원의 조성방법이나 재료 모두 자연을 축소한 축경식(縮景式)으로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정자와 석축, 연못 정도만이 인공적인 것이다. 이를 제거하고 나면 정원의 대부분을 이루는 계류와 암반 등 정원의 중심 공간 전부가 남게 된다.


  이처럼 한국이 정원에 인공적 요소를 가장 적게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이 있겠지만 유교의 요산요수(樂山樂水), 심신도야(心身陶冶)의 수단인 자연에 대한 경외요, 자연과 나를 하나로 보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자연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려는 유교사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이 한국의 정원인데, 중국에서 전래된 유학을 끝까지 계승 발전시킨 나라는 조선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도 인정하고 있다. 반면 중국과 일본의 정원에 인공이 많은 까닭은 중국은 도교사상이 중심이고 일본은 선불교와 가까워 신앙과 상징적인 것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가 있다.


  이탈리아의 한 학자는 자연과 문화, 환경과 예술이 합일된 문화적 자연으로서 정원을 제3의 자연이라 일컬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정원은 제3의 자연 중에서도 가장 자연과 가까운 최고의 경지라 할 만하다.


설명사진


<보길도 윤선도 원림(명승제34호) 세연정의 하늘에서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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