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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통의 뿌리와 현대적 해석이 공존하는 온고지신의 산실
작성일
2017-12-0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978

전통의 뿌리와 현대적 해석이 공존하는 온고지신의 산실 - 광주향교 ‘충효예 1일캠프’잘 정비된 도심 한복판, 현대식 건물 사이에서 전통의 멋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광주향교. 태조7년(1398) 건립된 오랜 역사를 자랑함과 동시에, 예를 배우고 덕을 쌓고자 하는 ‘배움’의 열기 또한 여전히 뜨겁다. ‘인간다움’이란 자신을 바로 세우고, 부모와 스승을 섬기며, 나라를 사랑하는 삶이란 명제를 전하기 위해 광주향교 충효예 체험교육관의 불은 꺼질 줄 모른다01_ 유생들의 도포를 직접 체험해본다. 02_ 자리에 앉아 옳은 공수법을 배워보며 마음의 고요를 찾는다. 03_ 광주향교 충효예 체험교육관

열다섯 살의 유생, 광주향교를 찾다

전통 떡도 만들고 예쁜 한복도 입어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들뜬, 현대판 유생들이 광주향교에 들어섰다. 오늘의 주인공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재 평동중학교에 재학 중인 30명 남짓한 아이들과 담당 선생님이다. 전통체험을 통해 한국 고유의 정신과 문화의 우수성을 탐구하기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수업에 앞서 향교 내부를 둘러보며 공자와 우리나라 학자들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으로 향해본다.

“지금 여러분이 서 있는 곳이 내삼문(內三門)입니다. 대성전을 출입하는 이 문은 향교 내 학교와 사당을 구분하는 경계죠. 세개의 문은 드나듦에도 규칙이 있습니다. 해가 뜨고 지는 자연법칙에 따라 들어갈 때는 동쪽으로, 나올 때는 서쪽으로만 출입해야 해요.”

광주향교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차분히 걸음을 옮기던 아이들은 ‘인륜을 밝히는 집’이란 의미의 명륜당을 둘러보며 조선시대 학생들이 이곳에서 열띤 문답을 주고받았을 모습을 상상해 본다. 현재 이곳은 한문과 예절 교육 등의 목적으로 여전히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생활 예절부터 전통 혼례까지, 다양한 강의 구성

고려와 조선시대에 유학을 교육할 목적으로 설립된 지방교육기관인 향교는 공자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현인을 모시는 제향의 역할을 맡는 곳이다. 광주광역시 유형문화재 제9호로 지정돼 있는 광주향교 역시 20여 년 전부터 유교경서 강의와 기초한문교육, 다도와 인사법 등 생활 속 예절까지 다양한 구성으로 우리의 아름다운 유교문화를 계승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광주향교의 특화된 프로그램은 전통혼례이다. 옛 방식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에게도 우리 전통 의식의 아름다움과 그속에 담긴 정신을 선보이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왕세자 입학식에 대한 문헌 고증을 바탕으로 실제로 두 지역에서 중고등학생 대상, 전통 입학식을 진행한바 있습니다. 장난기 넘치던 아이들의 표정이 의식을 진행하는 동안 한결 차분해지고, 배움에 대한 마음가짐과 스승에 대한 공경으로 진지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우리 전통 유교문화는 과거에 머물러있지 않습니다. 바로 오늘 자신을 위해, 또 주변 사람을 위해 행복해질 수 있는 근본적인 정신이며, 삶에 대한 도리입니다.”

십 수 년간 광주향교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김진희 선생은 우리 선조들이 이룬 전통 문화 속의 가치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현대인들이 그 정신을 공감할 수 있도록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고맙고 감사한 열정이다.

04+05_ 꼬리떡과 꽃무늬를 찍으며 직접 만들어보는 전통 떡 06+07_ 격식에 맞춰 차를 즐기는 다도 예절을 배워보는 시간

마음에 고요를 부르는 다도의 예(禮)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든 열 다섯 살 청춘들의 집중을 높이기 위해 첫 수업은 전통 떡 만들기로 시작했다. 충효예 체험관 내가 절편에 바른 고소한 참기름 향으로 가득해지자 아이들의 얼굴에도 하나 둘씩 웃음이 번졌다. 떡 반죽을 치대 우선 가래떡 모양으로 만든 후, 손 날을 세워 자르면 끝이다. 양 끝이 꼬리가 생긴 것 같다 해서 ‘꼬리떡’이라 불리는 우리 전통 먹을 거리다. 한 편에 마련된 꽃무늬 떡살로 열심히 국화며 연꽃이며 자신만의 절편을 만드는 아이들. 손으로 조물조물 떡을 만드는 동안 전통 체험에 더욱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학생들이 이번에는 다도에 도전했다.

“한국의 야생차는 맛과 향, 효능이 좋아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차는 몸의 건강은 물론, 정신을 맑고 고요하게 합니다. 기다림이 필요한 전통 다도는 사색의 기회를 주기 때문에 가족이나 선생님과 대화를 할 때 좀 더 깊이있게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지리산에서 온 녹차의 은은함과 직접 만든 절편을 곁들여 차분히 다도를 즐기던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찻잔을 들어 눈으로 향으로, 그리고 입으로 차를 만끽해본다. 평소 집에서 차를 접할 일이 많았다는 정하영 학생은 “예법에 따라 마시니깐 또 다른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두 손으로 찻잔을 들고 단전에서 빛깔을, 코끝에서 향기를, 입안에 잠시 머금으며 맛을 음미해볼 수 있었어요. 집에 가서 부모님께도 꼭 알려드리려고요”라며 다시 한번 찻잔을 드는 손 위치와 순서를 되새겨본다.

08_ 복식이 갖고 있는 상징적 의미와 어떤 사람이 무엇을 할 때 입는 옷인지 상세한 설명이 이뤄졌다. 09_ 직접 한복을 입고 절하는 법을 배워보며, 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새겨본다.

나를 낮추고, 상대를 존경하는 마음을 새기다

전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는 아이들은 당시 입어봤던 한복을 떠올리며 다음에 이어질 수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나이와 성별, 신분에 따라 천차만별인 한복은 외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여아의 색동저고리는 동서남북과 중앙을 상징하며, 성년식의 유무에 따라도 복식이 다르다. 남성의 경우 유생일 때 입는 도포는 하늘빛을 띠고 있어 맑고 깨끗한 선비의 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복식에 담긴 상징적 의미를 되새겨보며 직접 한복을 입어보기로 했다. 경례 및 절하는 법을 배우기에 앞서 옷매무새부터 제대로 정비에 들어갔다. 도포를 두르고 뒷짐을 져보는 선충현 학생은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다.

“자주 접하지는 못하지만 한복을 입을 때마다 정말 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차를 마시는 일도, 한복을 입는 일도 과정이 복합하지만 꼭 지켜야 하는 것처럼 선생님께서 얘기해주신 ‘효’에 대한 마음도 꼭 지켜내야 할 소중한 가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더 하게 됐어요.

한복을 차려입고 공수할 때 남녀의 손 위치, 경례의 기울기, 절을 하는 자세 등을 차근차근 익히며 아이들은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존경하는 마음가짐을 새겨본다.

체험을 통해 예를 지키는 방법을 따라 할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정신까지 체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통예절을 자주 접하며,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경험한 오늘의 뜻깊은 기억이 자신을 비롯한 주변으로까지 번져 전통 문화를 지켜가는 씨앗이 되길 기대해본다.

※ 행사안내 참가비 (2시간 기본 체험 프로그램 기준) : 유·초등부 5,000원, 중·고등부 10,000원, 대학·일반 13,000원 문의전화 : 062-431-6501 누리집 : open.gjhyanggyo.or.kr

 

 

글‧최은서 사진‧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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